조태성 기자

등록 : 2018.07.10 04:40

백승종 “공생 공존 선비정신 바탕으로 진짜 유교 자본주의를 해보자”

'신사와 선비' 출간

등록 : 2018.07.10 04:40

사익 금지한 유교를 버리고

자본주의만 받아들여서

그 폐해가 서구보다 심각

우리는 유교 자본주의를 아직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은 백승종 교수. 그는 우리가 되살려야 할 과거의 섬광으로 유교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는 이미 우리가 ‘유교 자본주의’를 쭉 해왔다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제가 보기엔 유교 자본주의 아직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해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신사와 선비’(사우)를 내놓은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의 주장이다.

유교 자본주의는 이미 크게 한번 유행했다. 두웨이밍 하버드대 교수를 통해 198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일본, 그리고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인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그 증거였다. 요즘은 중국에, 베트남까지 추가다. 장시간 근로와 노동자 억압ㆍ착취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이요, 끼리끼리 짜고 치는 연고주의는 압축성장을 위한 네트워크 효과요, 시장경쟁에 역행하는 재벌 중심 성장은 글로벌 경쟁에 걸 맞는 체제라 칭송받았다. 외환위기로 1차 파산했다. 그래도 짬짬이 부활을 노리지만 이젠 ‘헬조선’과 ‘갑질’ 야유에 잘 거론되지 않는 표현이 됐다.

그런데 백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에다 유교, 곧 선비정신을 새겨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근대에서 가장 뼈 아픈 대목은 근대를 이끌어갈 서구의 부르주아 같은 계급, 계층, 이를테면 영국의 젠트리(Gentryㆍ신사), 일본의 사무라이 같은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백 교수는 그걸 유교의 선비에게서 찾아보자고 주장한다.

-유교와 자본주의가 어울리느냐, 않느냐에 대한 평가는 그간 엇갈렸다.

“근본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게 옳다. 유교는 사익추구를 금지했다. 유교는 사사로운 이익을 몰아낸, 일종의 ‘농업 중심의 자립적인 공동체’를 상상했다. 근대 문명이 닥쳐왔을 때 유학자들이 그걸 덥석 물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럽의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이익 추구를 노골적으로 긍정했고 산업화와 도시화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왜 유교 자본주의인가.

“그렇다 해서 유교와 자본주의는 영원히 만날 수 없으냐, 그건 아니라는 얘기다. 자본주의 속에서 유교적 마인드는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교의 이념을 잘 보면 ‘공생’ ‘화해’ ‘공존’ ‘인간’ 같은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다. 서구는 ‘신사’를 통해 이를 해냈는데, 유리는 유교를 버리고 자본주의만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폐해가 서구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서구의 신사는 긍정적 존재인가.

“신사가 절대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신사는 중세의 기사에서 왔다. 신사도라는 게 허구적인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자본주의 병폐를 서구적인 방식으로 보완 극복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은 신사가 시민으로 바뀌었다. 기사, 신사, 그리고 시민에 대해 여러 비판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시대 변화에 맞춰 계속 고쳐 썼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가져올 수 있을까. 선비의 유교 아닐까 생각했다.”

-유교 자본주의는 너무 지난 얘기 같다.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껏 논의된 유교적인 것이란 공부와 학습을 중요시하고 질서와 규율을 중요시하고 잘 따르는, 그런 측면들이다. 이런 면이 산업화에 크게 기여하면서 주목받아서 그렇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유교적 관습’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본다. 앞서 말한 공생, 공존 같은 유교의 핵심 가치가 재조명받아야 한다. 우리는 ‘전통이 지닌 본연의 가치’라 하면 예부터 변하지 않고 쭉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다. 전통은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재구성되는 단속적(斷續的)인 것이다. 기사, 신사, 시민이 이어지듯, 유교와 선비도 그래야 한다.”

백승종 교수가 낸 '신사와 선비'. 신사도가 서구 자본주의의 폐해를 교정했듯, 선비의 유교가 한국 자본주의의 폐해도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유교의 부활 혹은 재생’을 내세우는 이들은 아나키즘 혹은 생태주의를 얘기한다.

“그걸 반대한다거나 비판할 생각은 없다. 옳은 이야기인데 그것만 너무 강조해도 문제라 본다. 공자, 맹자만 해도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자그마한 규모의 공동체를 상정한, 소국(小國) 사회를 지향했다. 그런 작은 공동체여야 도덕적 교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맹 이후 유교는 한나라 때부터 거대 제국의 철학으로 작동했다. 다시 말해 유교 안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얘기다.”

-반자본, 반근대는 너무 나간 셈인가.

“전제했듯, 그 생각이 틀렸다고 하진 않겠다. 유교에서 그런 교훈을 뽑아내고 꿈을 키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21세기 세계에서 아나키즘 공동체가 진정 가능한가 되묻고 싶다. 유교는 소규모 공동체뿐 아니라 보편적 세계 질서에도 유효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이 압도적인 근대국가와 자본주의를 내버려두고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건 ‘이념적 풍요’가 아니라 ‘이념적 결핍’이라 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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