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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형 직무급 임금체계 마련하자

입력
2017.08.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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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요 노동정책을 밀도 있게 추진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구현할 대표적 수단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실현됐다. 주요공약이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정부 지침이 나왔고 조만간 구체적 전환방법이 공공기관별로 마련된다.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근로기준법 개정도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서 이루어질 전망이고 포괄임금제 등 장시간 근무를 유발하는 기존 제도를 개선할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개혁적 노동정책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노사정이 겪을 개혁과정의 갈등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급한 게 임금체계 손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과연봉제의 대안이자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의 원칙으로 직무급을 강조한 바 있지만 임금체계 개선은 다른 노동정책을 정착시킬 혈맥 같은 것이어서 별도로 준비할 사안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내년에 16.4%로 올린다고 결정하자 최저임금과는 거리가 먼 듯하던 대기업조차 고민을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 직원의 임금총액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기본급이 전체의 57%에 불과하고 상여금과 수당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현실이기에 기본급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기본급 인상과 연동된 전체 임금비용이 같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너무 빨리 올리면 안 된다고 하거나 이른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수당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낮은 기본급 비중을 늘리고 상여금이나 수당 비중을 줄이는 임금체계 개선을 통해 최저임금의 영향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합리적 해결방안일 것이다. 기본급 비중을 키우면 초과근로를 줄여서 수당으로 나가는 부담을 줄이고 기본급이 해마다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급 기준도 바꾸어야 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정착하기 위해서도 노사가 임금체계 개선을 결단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임금체계 개선이 불가결하다. 법적으로는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으로 간주되니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화 하는 정도로 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 무기계약직도 차별 논란과 처우개선 요구 등에 휘말려 있어 ‘공무직’ 등 적당한 이름으로 돌파하기 어려운 문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보장해주고 처우개선은 나중에 적용한다는 단계적 개선안이 수용되기 힘든 것은 처우 개선이 전환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마당이어서 고용안정 문제는 이미 논외이고, 당사자들은 물론 기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노동자 모두가 처우개선과 미래 임금수준에 민감한 게 현실이다.

결국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주고 차이가 나는 노동에 대해선 임금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임금체계의 기본 원칙을 노사가 인정하고 공동으로 개편작업에 나서야 한다. 특히 궁극적으로 정부라는 공동 사용자를 둔 공공부문이라도 우선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중심으로 직무급을 설정해야 한다.

비슷한 공공기관인데 경비업무를 A기관에서는 월 200만원으로 정하고 B기관에서는 250만원으로 정한다면 이 차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공부문부터 기관 성격 별로 공통의 직무가치 설정, 경력인정, 기능등급 평가를 포함한 한국형 직무급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직무 가치가 최우선 기준이 되고, 부차적으로 종사자의 숙련도나 경력이 기존 호봉을 대체해 반영되고, 마지막으로 개인이 가진 능력을 일부 반영하는 방식이 한국형 직무급의 기본 틀이 되어야 한다. 개인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성과로 대체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직무 가치는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노동시장에서 유사 직무의 시장임금을 평균점으로 잡고 노사가 조직 특성에 맞게 등급을 나누어 합의하면 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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