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행 국회 출석 이모저모]
“대통령이 됐다고 착각하나”
야당 의원들 잇단 견제
황 “인사 미루면 국민 피해” 맞서
경제분야 의제 질문은 제쳐놓고
‘황 길들이기’만 열 올린 의원들
막바지엔 일찍 자리 떠 눈총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일 ‘총리’ 자격으로 국회 대정부 질의에 출석해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인사권 등 대통령 권한 행사를 두고 야권과 미묘한 기세 싸움도 벌였다. 특히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야권의 집중 공세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황교안 길들이기’에 열을 올렸던 정치권은 대정부질문 막판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이 20여명에 그치는 등 무책임한 태도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대정부 질의에 참석한 황 권한대행은 국회 불출석 논란을 의식한 듯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황교안 총리’ 역할에 방점을 뒀다. 지난 14일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당시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의 영접을 받았지만, 이날은 별도의 의전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최근 황 권한대행의 광폭 행보를 두고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것이냐”며 집중 견제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불요불급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하고 황제급 의전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언주 김정우 의원은 국회 출석을 꺼린 이유 등을 따져 물었다.
황 권한 대행은 이에 대해 국회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몸을 낮추면서도 “국가적 위기 상황 하에서 공공기관 등 주요 직위 공백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필요한 경우 인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특히 “대통령이 됐다고 착각하나” “대통령 코스프레를 오래하고 싶은 것이냐” “기름장어가 길라임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느냐” 등 독설 공세를 편 김정우 민주당 의원과는 언쟁을 벌이며 발끈하는 모습도 보였다. 황 권한대행은 “지금 온 내각이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그런 얘기들을 의원님이 공유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항변했다. 황 권한대행은 “국민 목소리를 듣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나가 봤냐”는 질문에는 “나가 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경제분야가 의제였지만, 당초 예상됐던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 문제나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등 시급한 경제 현안과 관련한 질문은 많지 않았다. 다수 의원들이 ‘최순실 게이트’ 등과 관련한 정치적 쟁점에 관한 질문에 초점을 맞추면서 비슷한 정치 공방이 반복되는 등 전체적으로 ‘맹탕 대정부질문’으로 흘렀다.
특히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당수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 자리를 비웠다.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문제를 둘러싼 친박계와 비주류간 갈등으로 분당 초읽기에 몰리면서 본회의장 자리를 지킨 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야당도 당 지도부조차 자리를 지키지 않아 대정부질문 막바지에는 본회의장을 지키는 의원이 20여명에 그쳤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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