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 떠넘기고 계약서 안 주고…
피해 입증 어려워 고발 피했지만
재승인 심사에 반영… 업계 노심초사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구두계약, 판촉비 전가, 대금 미지급 등 횡포를 일삼아 온 6개 국내 대형 TV홈쇼핑사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는 이번 제재 내용을 ‘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심사’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어서, 5월부터 줄줄이 재심사를 앞둔 홈쇼핑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29일 CJ오쇼핑 등 6개 TV홈쇼핑사에 총 143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를 홈쇼핑 사업자 재승인 심사 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각 사별 과징금은 CJ오쇼핑(46억2,600만원), 롯데홈쇼핑(37억4,200만원), GS홈쇼핑(29억9,000만원), 현대홈쇼핑(16억8,400만원), 홈앤쇼핑(9억3,600만원), NS홈쇼핑(3억9,000만원) 순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큼 다양한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우선 6개 업체 모두 납품업자에게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거나 방송일이 지나서야 교부했다. 현행법은 계약체결 즉시 서류를 서면 교부토록 하고 있는데, 특히 롯데홈쇼핑은 아예 계약서 없이 물품을 주문(구두발주)하기도 했다.
4개사는 방송 시간에 ‘무이자 할부 혜택’처럼 미끼로 제시하는 판촉비용도 납품업자에게 대거 부담시켰다. CJ오쇼핑은 총 판촉비용의 99.8%를 146개 업자에게 떠넘겼다.
롯데ㆍGS 등 5개사는 납품업자들에게 다른 홈쇼핑 업체와의 거래조건 등 경영정보를 부당하게 요구했고, 상품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지연이자도 주지 않은 업체도 많았다. CJ오ㆍ롯데 등 5개사는 방송 중 ‘상담원 연결 어려움’ 등의 자막을 일부러 띄워 전화 주문보다 수수료가 높은 모바일 주문으로 유도해 납품업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제재에서 과징금만 부과하고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는 “제재의 근거로 삼은 대규모유통업법상 고발이 가능한 분야(부당한 경영정보 요구 행위)에서 강제성이나 납품업자의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홈쇼핑사들은 이번 제재보다 향후 재승인 심사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관계 부처에 “대기업 횡포를 적극 막아달라”고 주문한 것과 맞물려, 자칫 ‘퇴출’이라는 핵폭탄을 맞을 지 모른다는 공포가 적지 않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정위 발표를 존중한다”면서도 “만약 1개사라도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업계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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