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군청색 바지정장 ‘전투복’ 차림
북풍 의혹 언급할 땐 주먹 쥐기도
26분 연설 중에 박수 16차례 나와
1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최근 안보위기를 반영한 듯 여야의 신경전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연설이 진행되는 26분 동안 총 16차례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당은 여당인 새누리당과 함께 박수를 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침묵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오전 10시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해 연단에 선 박 대통령은 깃을 세운 군청색 바지정장 차림이었다. 이 차림은 박 대통령이 중요 결단이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할 때마다 착용하는 ‘드레스 코드’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전투복’으로 불려왔다. 1차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복면시위 등 불법폭력시위 근절을 강조한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이와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의 의상을 입었다. 지난 1월 경제활성화 법안처리 등을 강조한 신년 기자회견 당시에는 깃을 세운 빨간색 정장 차림이었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여당과 같이 기립박수를 쳤던 더민주는 연설이 진행되자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지켜보기만 한 반면 국민의당은 여당과 함께 연설 중간마다 박수를 치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연설 도중 2차례 박수를 쳤다. 안 공동대표는 기자들에게 “저는 예전에도 원래 그랬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총 16차례 박수가 나왔다. 이는 취임 후 첫 시정연설(34회)과 2014년 시정연설(28회), 지난해 시정연설(55회)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첫 번째 박수는 “(위기극복을 위해) 우리가 선도하여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를 이끌고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연설 도중 ‘북한’을 54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으며 ‘북풍 의혹’을 언급할 때는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최근 위기 상황을 반영한 듯 박 대통령과 야당은 서로를 자극하는 용어나 제스처는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 직전 허리 숙여 인사를 했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처리 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도 ‘촉구’나 ‘요구’가 아닌 ‘부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동안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를 몰아붙이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야당도 일부 의원이 연설 도중 자리를 뜨긴 했지만 지난해 10월 시정연설 당시 박 대통령이 볼 수 있도록 모니터에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 우선’ 문구를 붙였던 때와 같은 항의성 플래카드는 붙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오전 10시31분쯤 국회 로텐더홀을 빠져나왔다. 오른쪽에 김무성 대표, 왼쪽에 원유철 원내대표가 동행해 박 대통령을 배웅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조원진 의원뿐만 아니라 김학용·안효대·박창식·심윤조·홍지만 의원 등도 박 대통령이 승차할 때까지 함께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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