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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ㆍ12 북미회담 정상궤도 되돌려놓은 남북 2차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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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ㆍ12 북미회담 정상궤도 되돌려놓은 남북 2차 정상회담

입력
2018.05.27 18:5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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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한달 만에 판문점서 재회

문 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교착 풀어

북미 실무협의서 비핵화 접점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에서 전격 재회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새 국면을 열어젖혔다. 남북 정상은 4ㆍ27 판문점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의 회동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상호 협력키로 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ㆍ12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난기류에 휩싸였던 한반도 비핵화 평화 여정이 정상궤도를 찾게 됐다. 한차례 파란을 겪으면서 양측의 요구사항이 보다 분명해진 만큼 북미는 향후 실무협의에서 핵심 의제인 비핵화 로드맵의 접점을 찾길 바란다.

남북 정상의 재회는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4ㆍ27 후속 조치를 논의하던 남북 채널을 통해 25일 정상회담을 먼저 제의하면서 극비리에 추진됐다. 문 대통령은 철통 보안 속에 최소한의 참모진을 대동한 채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향했고 남북 정상은 의전이나 격식을 물리치고 2시간 동안 실무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이 한 달 만에 재회를 한 것도 놀랍지만 단 하루 준비로 정상회담을 마쳤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를 향한 두 정상의 돈독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대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남북 정상이 아무런 격식도 없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남북식 셔틀외교’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남북 2차 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의 북미 정상회담에 돌파구를 마련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도 불구하고 트럼트 대통령이 돌연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한반도 평화 여정은 파국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대화 희망 담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렸고 남북 정상은 2차 회담으로 북미 정상회담 재가동에 쐐기를 박았다. 남북 정상 재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은 바뀌지 않았다"고 회담 재개를 공식화했고 북한중앙통신은 6ㆍ12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처음 언급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가동을 위한 문 대통령의 중재노력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미국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라고 2차 정상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 대가로 체제보장은 물론 막대한 경제 지원까지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발언으로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불과 5일 사이에 워싱턴과 판문점을 오가며 남북미 3각 소통의 길을 뚫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사소한 우려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노력 또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관건은 북미간의 비핵화 접점 찾기다. 미국 백악관은 6ㆍ12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30여명의 실무팀을 27일 싱가포르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으로 폐기하고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에서 단계적 이행에 여지를 둔 ‘트럼프 방식 일괄타결론’에 관심을 표시한 상태라 비핵화 로드맵의 접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이 여전하고 김 위원장 또한 미국의 체제 보장 약속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라 협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디테일의 악마가 막바지에 고개를 들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를 염원하는 전세계의 기대에 부응해 북미가 막판까지 진지하게 협의에 임하기를 기대한다.

남북 정상이 다음 달 초 고위급회담과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에 합의함으로써 소강 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 개선 작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 맥스선더 한미연합훈련 전후 남북관계가 일시 냉각됐던 경험을 떠올린다면 남북은 사소한 오해로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고 절제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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