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도시’ 부산이 들썩인다. 한 동안 조용했던 ‘사직 노래방’도 영업을 재개했고, 근래 보기 드문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서울에서 암표상이 원정을 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모든 일은 ‘거인 군단’ 롯데가 8월 들어 무섭게 진격하면서 벌어졌다. 부산 팬들에게 롯데는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팀이다.
프로야구 롯데가 5년 만의 가을 야구에 바짝 다가서자 벌써부터 주말마다 티켓 전쟁이 펼쳐지고 ‘세계최대 규모의 노래방’으로 통하는 사직구장 일대는 교통 지옥이 된다. 한 롯데 팬은 “지금도 주말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데, 포스트시즌 티켓은 어떻게 구할지 한숨부터 나온다”고 행복한 고민을 했다.
롯데는 8월4일 부산 넥센전 승리 이후 이달 3일 한화전까지 한 달간 27경기에서 22승5패, 승률 0.815의 놀라운 성적을 냈다. 7위까지 곤두박질 쳤던 팀 순위는 4위까지 상승했다. 5강 진입을 넘어 포스트시즌 굳히기에 들어가면서도 3위 NC와 격차를 2경기로 좁혔다. 지금 기세라면 1999년 75승을 넘어 구단 자체 역대 최다승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4일 현재 69승을 올린 롯데는 남은 17경기에서 7승을 추가하면 새 역사를 쓴다. 선수단 분위기는 “요즘 경기를 하면 질 것 같지 않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부산 갈매기’들의 발걸음도 줄을 잇는다. 최근 한달 동안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4만4,871명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평균 관중은 1만6,325명으로 전반기 평균 1만3,445명보다 약 3000명 가량 늘었다. 8월26일 넥센전, 9월2일 한화전에서는 2만6,600석 매진 세례를 이뤘다.
흥행 주역은 4번 타자 이대호(35)다. 일본과 미국을 거쳐 올해 부산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기대 속에 4년 총액 150억원을 받고 친정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는 후반기 홈런 14개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3일 한화전에서는 올 시즌 가장 먼저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또 일본 진출 전인 2009~11년을 합쳐 KBO리그 역대 네 번째로 4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했다. 개막 전 입단 기자회견에서 ‘지역 라이벌’ NC한테 지난해 상대전적 1승15패로 처참하게 당했던 것을 되갚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이대호는 NC전에서 타율 0.382, 5홈런 1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팀의 9승7패 우위를 이끌었다.
뒷문이 불안한 롯데의 고질병도 사라졌다. 후반기 구원 투수 세이브는 18개로 전체 1위다. 마무리 손승락(35)이 16개를 수확했다. 홀드는 23개로 2위, 평균자책점은 3.97로 3위다. 선발 투수들도 17승(1위)을 합작하며 평균자책점 3.72(공동 1위ㆍ두산)로 제 몫을 했다.
김도균(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들끓는 사직구장 현상에 대해 “우승주역 최동원과 염종석이라는 슈퍼스타를 향한 부산 팬들의 기대감을 이대호가 충족시켜주고 있다”면서 “부산은 서울에 이은 제2의 대한민국 수도지만 1등이 되고 싶은 마음이 내재됐고, 매일 경기를 하는 ‘데일리 스포츠’ 야구가 일상 생활에 접목 돼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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