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반려인들이 반려견과 산책할 때 다른 개와 마주치면 줄을 당겨 반려견을 가까이 오도록 한다. 아니면 인사한다고 줄을 당기며 앞으로 나가는 반려견을 그냥 두는 경우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반려견 훈련사이자 행동학자인 쉘비 세멜에 따르면 낯선 사람이나 개를 마주쳤을 때 개가 보일 행동을 예측하기란 매우 힘들다. 반려견이 돌발 행동을 보인 후에 “안 돼!” “멈춰!” “기다려!”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소용 없을 때가 많다.
따라서 그는 이런 상황에 마주친다면 잠시 멈춰 먼저 우리 개의 ‘몸짓언어’를 살펴볼 것을 조언한다. 개는 주로 귀와 꼬리, 입 모양 등 몸짓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만큼 반려인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의 보디랭귀지를 알아보자.
1. ‘다가와도 괜찮아요’ 편안하고 친근한 상태일 때
편안한 상태인 개의 귀는 원래 쳐진 귀가 아니라면 위로 쫑긋 서있고, 꼬리는 자연스럽게 내려져 있거나 넓은 반경으로 흔든다. 입은 헐떡일 때 치아 뒤 쪽까지 보일 정도로 벌린 ‘긴 모양(Long mouth)’이 된다.
이때 개의 네 다리는 무게 중심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은 균형 잡힌 상태로 서 있어야 한다. 여기에 머리를 높게 들고 있다면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개의치 않고 누가 다가와도 괜찮은 상태다.
2. ‘조심스러워요’ 호기심과 경계심을 보일 때
이웃집에서 삼겹살을 구울 때처럼 개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나거나 멀리 있는 다른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릴 때 반려견은 궁금하면서도 경계하는 태도를 취한다. 일단 자신의 주변이 위험한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다.
몸은 근육의 긴장과 함께 약간 뻣뻣해지고, 무게 중심이 앞발 쪽으로 실린다. 꼬리는 몸과 평행한 상태에서 살짝 좌우로 흔드는데, 이때 꼬리 털이 부풀어 오르거나 곤두서지는 않는다. 귀는 머리 앞쪽을 향하고, 소리를 잘 포착하기 위해 실룩거린다. 입은 굳게 다문 것이 경계하는 개가 보이는 특징이다.
3. ‘다가오지 말아요’ 공격성을 나타낼 때
행동학자들이 흔히 쓰는 용어에 따르면, 개의 공격성은 크게 적극적 공격 행동과 방어적 공격 행동으로 나눌 수 있다.
적극적 공격 행동을 보이는 개는 자신이 더 커 보이도록 뻣뻣한 자세로 목 털을 곤두세우고, 꼬리는 높게 쳐 든다. 귀는 머리 앞쪽을 향해 세우고, 이빨이 드러나도록 입술을 말아 올려 입과 코에 주름이 생긴다.
방어적 공격 행동은 개가 두려움을 느끼거나 위협을 감지했을 때 나타난다. 개는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땅에 낮게 엎드리는 자세를 취한다. 귀도 납작 내린다. 또 상대방의 시선을 회피하려고 한다.
4. ‘나 지금 스트레스 받아요’ 기분이 불쾌할 때
스트레스를 받은 개가 나타내는 표현은 매우 다양하다. 귀는 납작 내리고 꼬리도 아래를 향한다. 숨을 가쁘게 헐떡이거나, 혀로 입술을 자꾸 핥기도 한다.
일부러 하품을 하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개가 불안할 때 보이는 신호다.
5. ‘난 착한 개예요’ 순종을 나타낼 때
반려견 놀이터에서 두 마리 개가 만났을 때 쉽게 볼 수 있는 행동이다. 자신감이 덜한 강아지는 스스로 땅에 자세를 낮추고 귀도 납작 내리면서 “걱정하지마, 난 위협적이지 않아”라는 신호를 보낸다.
상대에게 악수를 청하듯 한쪽 발을 공중에 들기도 하고 동시에 꼬리를 낮은 위치에서 살짝 흔들며 상대 개를 핥아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배를 보이며 땅에 누운 채 꼬리를 말아 넣고 가늘게 눈을 뜨는 것도 순종을 나타내는 자세다.
6. ‘나랑 놀아요’ 장난치고 싶을 때
엉덩이는 들고 앞다리만 숙여 개가 절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세는 다른 이에게 놀이를 청하는 뜻이다. 기분이 좋은 반려견이 나타내는 대표적 자세로 귀는 쫑긋 세우고, 꼬리를 높게 흔들며 입을 벌린 채 헥헥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낯선 사람이나 다른 개를 만날 때는 반려견의 몸짓언어를 살피는 것 외에 주인이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인의 신경이 예민해지면 반려견도 이를 느끼고 불안해 하면서 원치 않는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줄을 당기면 반려견이 긴장할 수 있으니 줄을 팽팽하게 잡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급하게 다가가지 말고 상대와 거리를 둔 후 천천히 인사를 시켜야 하는 것도 명심하자.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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