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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朴대통령 환대를 '北에 대한 외교 승리'라고 단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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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朴대통령 환대를 '北에 대한 외교 승리'라고 단정 못해"

입력
2015.09.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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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절 열병식 성격은

中, G2로서의 자신감 표현 속내,

국제문제에 발언권 강화하려는 것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朴대통령 열병식에 참석한 건

美·中 사이서 최대 이익 실현 위해

순발력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남북관계 전망은

北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은 낮아

김정은 체제와 8·25합의 활용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길 기대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가 3일 연구실에서 한중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가 3일 연구실에서 한중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길 중국 베이징(北京)대 역사학과 교수(한반도연구센터 부소장)는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오른 것과 관련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한국을 택했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이 중국에 가서 같은 동포인 북한을 깎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은 언제나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_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은 처음이다. 이번 열병식의 성격은.

“중국에선 이전에 강조하던 항일전쟁 승리보다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이라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맞서 싸웠던 나라뿐 아니라, 앞으로 파시스트 세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모든 나라들을 다 불러 모았다. 파시스트 반대라는 명분을 내 세워 앞으로 전 세계 평화를 해치는 세력에 대해 중국 또한 책임을 느끼고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이전보다 국제 문제에서 더 큰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이 세계의 지도국, G2(세계 2대강국)가 됐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선 도전이 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미ㆍ중간 아시아 지역에 대한 주도권 싸움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취임하며 미국에 대해 신형 대국관계 수립을 천명했다. 이는 중국 스스로 이미 초강대국이란 것을 자임한 것이다. 과거 중국이 자신을 초강대국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것과 구별된다. 이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의 골자는 일본과 한국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번에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한 건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순발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인민 항일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쏟아지는 햇볕을 막기 위해 갖가지 색의 모자를 쓴 채 휴대폰과 카메라로 현장을 담고 있다. 베이징=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인민 항일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쏟아지는 햇볕을 막기 위해 갖가지 색의 모자를 쓴 채 휴대폰과 카메라로 현장을 담고 있다. 베이징=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_박 대통령의 방중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건가.

“박 대통령으로서는 방중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경제적으로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전에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가 걸리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중환자실로 가야 할 정도가 됐다. 한중간의 교역 관계는 이미 비대칭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대중(對中) 정책 수정을 강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한국에 대한 여행 자제령만 내려도 한국은 당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은 굳이 한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많지만 한국은 중국에서 수입 할 수 밖에 없는 게 많다. 중국에서 농수산물 수입 안 하면, 당장 타격을 받는 것은 한국이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방중한 것은 이러한 현실, 특히 재계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동북아 내 미국 동맹국인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과의 관계가 다소 악화되는 것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중국은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한미동맹 더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이 중국에 맞서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만약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은 모든 수단을 통해서 이를 철회하도록 한국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며, 실제로 중국정부는 이를 실현할 다양한 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다.”

_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섰던 톈안먼 성루에 박 대통령이 오른 것에 대한 의미는.

“장소는 같아도 성격이 다르다. 김 주석이 톈안먼 성루에 선 것은 같은 사회주의 정권인 신중국 성립을 기념하는 국경절 열병식 때다. 이번엔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열병식이다.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 이를 갖고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한국을 택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했다. 김 제1위원장에게 오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김 제1위원장이 방중 초청을 거절한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환대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승리를 단정지을 순 없다. 남북한이 중국의 속국인가. 중국이 옆자리에 세워주면 어느 한 쪽을 버린 건가. 북한을 언젠간 통일로 하나가 돼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시 주석 옆에 한번 선 것을 갖고 마치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남한을 택한 것이라고 떠벌릴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게 과연 경축할 일인가. 중국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한민족을 무시하겠는가. 부끄러운 일이다. 중국은 옆자리 하나 내 주고 얻을 것을 다 얻었다. 더구나 미국 눈치까지 봐 가며 고심 끝에 중국을 방문한 뒤, 곧바로 옆자리에 서게 해 줬다고 좋아하면 곧 미국에 가선 뭐라 할 것인가. 박 대통령이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한국의 국익 때문이다. 참석하지 않는 것 보다는 참석하는 게 더 큰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매우 좋다. 이왕 방중한 김에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해 중국에서 한류 바람 한번 더 크게 일으켰으면 한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형제라면 아무리 싸우고 있는 중이어도 남의 집에 가면 적어도 서로 욕하는 건 삼가야 하지 않겠는가. 남북한은 동포이고 중국은 제3국이다. 전승절 행사 참가 기회를 활용해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중국의 협력을 요구해야지, 중국의 북한 기피를 굳이 확인하면서 외교적으로 승리했다고 좋아하는 것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_앞으로 북중 관계는.

“상당히 악화가 돼 있고 양국간 교역량도 계속 줄고 있다. 그러나 최악으로 간 건 아니다. 북중 관계는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김 제1위원장이 가겠다고 하면 중국은 언제나 환영할 것이다. 중국은 남북관계가 시끄러워지고 긴장이 높아져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구실을 주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에 따라 북한에게 냉정과 자제를 주문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마오쩌둥(毛澤東)은 40여만명이었던 북한군을 10만명 이하로 줄이고, 공군과 탱크 부대를 갖지 말라고 강요한 적도 있다. 당시 남한군은 70여만명이었다. 김일성은 이를 거절하고 소련을 통해서 공군과 탱크 부대를 확충한 뒤, 친중적인 연안파를 대거 숙청했다. 북중관계는 그 때가 지금보다 더 안 좋았다. 중국 입장에서 김 제1위원장이 오면 외교적 위상이 커진다. 북한은 중국을 띄워줄 수 있는 카드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_남북 관계 전망은.

“김정은 정권은 현재 매우 안정화되었고 공고하다. 일부 고위층은 불안해 하지만, 일반인의 생활 수준은 전보다 나아졌다. 전기 공급도 많이 개선됐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석탄을 국내에 공급한 양만큼만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석탄 공급이 원활해져 ‘화력 발전소 가동 → 전기 공급량 증가 → 공장 가동 증가’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2013년부터 비료 생산량이 30만톤이 더 늘면서, 농업 생산량도 증가했다. 마을 단위였던 포전제를 가족ㆍ형제 단위로 개선해 생산량 증가의 동기를 부여했고, 사실상 토지를 나눠준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동시에 5차례에 걸쳐 총참모장 및 인민무력부장의 경질 혹은 숙청을 통해 군부 내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이 거의 제거됐다. 김 제1위원장의 군부 장악력과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군부 쿠데타 같은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발생하기 힘든 북한 붕괴를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 안정된 김정은 체제와 이번에 이룬 8ㆍ25 합의를 잘 활용,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

김동길 교수는…

김동길(52) 교수는 한국인 유일의 베이징대 교수로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 냉전사, 동북아 국제관계 및 북중관계사를 연구하고 있다. 하버드대 대학원 특별 학생, 러시아 과학원 방문학자, 우드로 윌슨센터 공공정책학자 등을 거쳐 현재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민국시기 중소관계사’가 있고, 국제 학계에 4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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