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들다’는 ‘만드는(만들+는), 만듭니다(만들+ㅂ니다), 만드세요(만들+세요), 만들(만들+ㄹ)’처럼 ‘ㄴ, ㅂ, ㅅ’ 등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ㄹ’이 탈락한다. ‘살다, 날다, 녹슬다, 거칠다, 말다’ 등등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활용하므로 학교문법에서는 불규칙용언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어간은 본디 변하는 것이 아닌데 어간의 형태가 변했으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리을불규칙용언’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잘못된 활용형을 쓰는 경우가 많다. 동사 ‘날다’에 어미 ‘는’이 결합하면 ‘나는’이 된다.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맞다는 뜻이다. 형용사 ‘녹슬다’에 어미 ‘ㄴ’이 결합하면 ‘녹슨’이 된다. 따라서 ‘*녹슬은 기찻길’이 아닌 ‘녹슨 기찻길’로 써야 한다. 단, ‘말다’는 ‘(걱정하지) 마/마라/마요’와 같이 써도 되고 ‘(걱정하지) 말아/말아라/말아요’와 같이 써도 된다. ‘ㄹ’ 탈락 여부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명사형어미 ‘-ㅁ’ 앞에서는 ‘ㄹ’이 줄지 않는다. 따라서 ‘*책상을 만듬, *담배를 안 팜, *아파트에 삼’과 같이 쓰면 틀리고 ‘책상을 만듦(만들+ㅁ), 담배를 안 팖(팔+ㅁ), 아파트에 삶(살+ㅁ)’과 같이 써야 맞다.
‘하다’는 ‘하여(하+어), 하였다(하+었다)’로 활용한다. 어미 ‘-어’가 ‘-여’로 바뀌는 것이어서 ‘하다’를 ‘여불규칙용언’으로 분류한다. 이런 활용은 ‘하다’ 또는 ‘하다’로 끝나는 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사람)이였다, *(꽃이) 피여서’와 같이 쓰면 안 된다. ‘(사람)이었다, (꽃이) 피어서’와 같이 써야 한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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