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과 전략무기 전개 등을 책임지는 미군 핵심 수뇌부들이 어제 미 오산기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제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참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장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회견장에 동석했다.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지휘하는 태평양사령관과 확장억제를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를 책임지는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MD)를 관장하는 미사일방어청장 등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군의 핵심 장성들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해 합동 기자회견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주일 전에는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도 한국을 다녀갔다. 그만큼 미국이 현재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들은 최근 미국 행정부에서 불거져 나오는 혼란스러운 대북 메시지를 의식한 듯 한국에 대한 미군의 확고한 방위공약을 누차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미국이 지역방어를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동맹국들을 방어할 충분한 준비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이튼 사령관도 “MD 체계를 비롯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의 핵심 군 수뇌부가 엄중한 시기에 한목소리로 확고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주목할 것은 한미 간 엇박자 논란을 빚고 있는 군사적 해법과 관련한 발언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외교적 해결방안이 중요하다”면서 “강력한 외교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된다”고 했다. 더 이상 좋은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정확한 해법이자 올바른 현실인식이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군사적으로 강력한 대응의지가 수반되지 않는 평화 외침이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방한한 미 의회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아주 제한적 범위의 군사적 옵션의 실행도 남북 군사충돌로 이어지고, 이것은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 내 외국인과 주한미군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 원천 배제’를 거듭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평화에 대한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한미의 군사적 대응의지를 오판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분란을 키울 소지도 있다. 군 통수권자가 나약하게 비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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