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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입김에… 동남아 민주주의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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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입김에… 동남아 민주주의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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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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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ㆍ총리 임명 관여 명문화한

군부 주도 태국 개헌안 통과

정권교체 미얀마서도 영향력

中 부상으로 안보 불안 커지며

정권의 핵심 첨병으로 부활

언론자유ㆍ인권 침해 사례 빈발

태국 개헌안 국민투표 통과가 확실시되자 7일(현지시간) 방콩 탐마삿대학에서 개헌 반대 티셔츠를 입은 운동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방콕=AFP 뉴스1
태국 개헌안 국민투표 통과가 확실시되자 7일(현지시간) 방콩 탐마삿대학에서 개헌 반대 티셔츠를 입은 운동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방콕=AFP 뉴스1

20세기 말에서 21세기에 걸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던 동남아시아 각국의 민주주의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7일 태국 군사정권이 제안한 헌법이 사실상 통과되면서 그간 잦은 쿠데타로 태국 내정에 개입해오던 군부는 제도적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길을 열었다. 군부의 제도적 영향력이 큰 미얀마와 태국 외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형식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에서도 여전히 군의 정치적 영향력은 강하게 남아 있어 국제 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된 태국의 개헌안은 군부 최고권력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상원의원 지명권을 갖고 최종적으로 총리 임명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태국의 개헌은 사실상 2006년 군부에 의해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2014년 실각한 그의 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 셔츠’ 진영의 집권을 방지하려는 새로운 장치로 해석된다. 태국 군부는 탁신 전 총리 세력과 그에 반대하는 보수파 ‘옐로 셔츠’진영의 투쟁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구실로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적으로 선출된 내각을 무력화했었다.

태국 개헌안은 미얀마 군부가 민정이양 후에도 헌법을 통해 군총사령관이 상ㆍ하원 각각 4분의 1을 임명토록 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현 수석조언가 겸 외무장관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교체를 마쳤음에도 미얀마 내 반군과의 분쟁이 종식될 때까지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얀마나 태국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군부의 입김이 강한 국가도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7월 27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후계자이자 옛 군부 실세인 위란토 장군을 안보장관에 임명했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민주항쟁당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게 되자 새 동맹을 군부에서 찾은 것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필리핀 역시 군부의 영향력이 강한 국가로 분류된다.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군부는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세력이다.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는 1997년 자체 쿠데타로 연정 파트너인 라나리드 왕자를 축출하고 군부를 장악해 독재 권력을 강화했다. 라오스와 베트남 역시 집권 공산당의 주요 간부가 군 출신이다.

동남아 각국에서 언론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잦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태국 국민투표를 앞두고 탁신 전 총리 진영은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운동을 펼쳤지만 군부 출신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개헌안에 관한 정치적 의사 표명을 금지하고 ‘반대(No)’라 적힌 티셔츠를 판매하거나 벽보를 훼손한 시민을 체포해 조사하기도 했다.

근래 30년간 지속된 민주화와 인권 향상 등이 역주행하는 양상은 동남아시아에서 안보불안이 증가하면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1986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에 민주주의가 확산된 이유는 냉전체제의 해소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수립으로 안보 위기가 줄어들고 군부의 필요성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소르퐁 퍼 캐나다 라이어슨대 정치학과 교수는 동아시아포럼(EAF) 기고문에서 현재는 이와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국의 부상으로 남중국해의 긴장이 고조되고 극단주의 테러가 빈발하면서 군부의 전통적 영향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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