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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게걸스런 왕서방

입력
2016.0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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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골프 리조트의 숙박시설에는 평일에도 벤츠 등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리조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5억~10억 원에 이르는 리조트 숙박시설을 사들인 중국인들의 승용차다. 주인이 중국에 있는 수개월 동안 주차장에 세워져 있다가 휴가철이 되면 주인과 함께 나들이한다. 리조트 숙박시설을 서너 개씩 구입해 친인척들이 함께 거주하기도 한다. 중국 기업의 호텔 건설도 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중국의 하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인들이 하와이 부동산을 싹쓸이한 것을 빗댄 말이다.

▦ 1989년 일본 미쓰비시가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록펠러 센터를 사들이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 해 일본 소니가 컬럼비아픽처스를 인수한 것도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일본인들은 미국의 부동산과 기업을 줄줄이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자동차가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석권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이 건물은 세계 각국 정상들이 투숙했던 미국 외교가의 상징물이다. 2014년에는 중국 핑안(平安)보험이 런던 금융가의 상징인 로이드보험 본사 건물을 사들였다. 중국의 해외 기업사냥도 활발하다. 중국화공(化工)은 이달 초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신젠타를 438억 달러에 인수했다. 완다그룹은 미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에,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미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에 사들였다.

▦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한국의 방송ㆍ영화ㆍ게임 등의 콘텐츠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와 M&A를 활발히 하고 있다. CJ E&M,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중국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63.0%를 인수했고, 완구업체 영실업, 유아동복 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 등도 중국 기업에 매각됐다. 중국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중국 내 성장이 침체한 데다 위안화의 가치하락 조짐 때문이다. M&A에서 성장동력을 찾자는 것이지만, 우리로서는 중국의 게걸스런 먹성이 걱정스럽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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