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가 5ㆍ9 장미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어제 치러진 수도권ㆍ강원ㆍ제주 경선에서 60.4%의 완승을 거두며 결선투표 없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이로써 문 후보는 당원ㆍ비당원을 망라한 214만 명 규모의 국민경선 선거인단 가운데 57%의 절대 지지를 얻어 "압도적 경선승리를 바탕으로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의 첫발을 내디뎠다. 수락연설에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며 진보나 보수가 아니라 국민이 집권하는 '국민대통령시대'를 제시하고 '적폐 연대'를 경계한 것은 그런 의지의 확인일 것이다.
문 후보의 승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조기 대선에 이른 격동적 정치 상황과 친문 패권이 지배한 당내 역학구도를 감안할 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20% 벽에 부닥쳤던 그의 지지율은 촛불ㆍ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30%대로 올라선 이후 줄곧 독주하며 대세론을 노래했다.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에 실망한 중도성향 40ㆍ50대 유권자들이 대거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선 덕분이다. 따라서 그의 승리를 민주당의 집안잔치라고만 폄하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문 후보 앞길에 몰려있는 비구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안으로는 경선과정에서 본선 경쟁력을 다투다가 불거진 네거티브 시비에 따른 감정적 앙금을 해소하는 일이 급하다. 안 지사 본인이 "30년 동지를 배신자로, 무원칙한 정치꾼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질린다"고 했고, 이 시장 역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친문 댓글부대의 문자폭탄을 경험한 인사들은 '적폐 1호'로 꼽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개헌문건 유출이나 전두환 표창 발언 등 자신들의 실수에 관대하면서 상대엔 네거티브 프레임을 씌우는 문 캠프의 행태는 개혁적 통합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밖으로는 당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추격 속도가 무섭다. 이는 보수적통 논란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보수 표심이 안 전 대표에게 흐른다는 신호다. 하지만 더욱 크게는 문 대표의 불투명한 안보관 등 정책 구상, 오락가락하는 정치 리더십, 주변 인사들의 오만한 언행 등에서 비롯된 보수층의 경계심이 '전략적 선택'으로 나타난 측면도 클 것이다. 아들의 채용 의혹 등을 둘러싼 본선 후보 검증과 토론의 파고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선출에 이어 오늘 국민의당 후보가 확정되면 장미대선 레이스는 후보등록을 기다릴 것도 없이 사실상 막을 올린다. 이제는 말 그대로 집권비전 싸움이다.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은 정권인수위를 가동할 시간도 없이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하며 안보ㆍ경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더 준비된 대통령'을 구호로 내건 문 후보가 적폐 및 패권주의 청산 이상으로 협치와 연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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