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가 암?”… 암 진단 받기까지 ‘무관심’
술ㆍ담배 권하는 문화서 개인 ‘암 예방’ 불가능
흡연가들은 말한다. 스트레스 해소에 담배만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흡연가들도 지금처럼 담배를 계속 피우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이 따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9.3%(2015년 기준)이다. 10명 중 4명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암 예방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암 예방수칙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암을 막기 위한 예방수칙은 실천하지 않고 있다. 대한소화기암학회가 지난해 강동경희대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6개 대학병원과 일반인(187명), 소화기암 환자ㆍ보호자(236명), 의료인(222명) 등 645명을 대상으로 ‘소화기암 국민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암 예방을 위해 ‘국민 암 예방수칙’을 실천하고 있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15%는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고, 17%는 하루 두 잔 이상 술을 마시고 있다. 암 예방수칙에서는 하루 두 잔 이상 술을 삼가라고 권고하고 있다. 암 예방수칙 대로 짜고 탄 음식을 먹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이는 20%에 불과했다. 국가조기암검진을 받은 이들도 43%에 불과했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민 암 예방수칙 10개 중 8개 항목은 소화기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이제는 암 예방과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치료 이상으로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암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이가 적은 이유는 뭘까. 전문의들은 “암은 감기처럼 즉각적으로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이미 암세포가 몸 속에서 자라고 있어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성적으로는 몸에 좋지 않으니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를 만나면 술집으로 향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사람들은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자신이 암에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현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번 습관화 된 생활습관은 개선되기 어렵다”면서 “어려서부터 식습관, 체중조절, 금연 등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암 예방수칙을 실천하려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ㆍ문화 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조정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과 담배를 마구 권하는 우리사회에서 암 예방수칙을 실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건강을 우선시 하는 사회ㆍ문화 시스템이 구축돼야 개인들이 암 예방수칙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ㆍ사회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 건강보다 순간을 즐기는 이가 많아진 것도 문제”라면서 “최근 불고 있는 단맛 열풍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건강에 무지하고 무관심한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암 예방수칙 10계명]
-담배를 피우지 말고, 간접 흡연도 피하기.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균형 잡힌 식사하기.
-음식을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을 먹지 않기.
-술은 하루 두 잔 이하로 마시기.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자신의 체격에 맞는 체중 유지하기.
-B형 간염 예방접종하기.
-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하기.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보건수칙 지키기.
-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빠짐없이 검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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