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문세희 경장, 양심방에 신고

지난 26일 인천 강화경찰서 수사과 지능팀 문세희(32ㆍ여) 경장 앞으로 택배 상자가 배달됐다. 택배를 열어보던 문 경장은 상자 안의 가방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가방은 수입고가 브랜드인 샤넬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가방 안에는 현금 10만원도 함께 담겨 있었다.
발송인을 확인하니 문 경장이 올해 4월 수사한 곗돈 사기사건의 피해자 최모(51ㆍ여)씨였다. 최씨가 “문 경장이 최선을 다해 수사해줘 사기범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 수 있었다”며 가방을 보내온 것이었다. 문 경장은 전날 최씨가 전화를 걸어 “(피의자를 밝혀내기 어려운 사기사건을) 수사해준데 대한 감사 표시로 선물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이를 거절했던 터였다.
문 경장은 가방과 돈을 받은 직후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지만 선물을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고마운 마음에서 감사 표시를 한 것”이라며 “이모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문 경장은 어쩔 수 없이 강화서 청문감사관실 ‘포돌이 양심방’에 가방과 돈을 신고했다. 포돌이 양심방은 경찰관이 업무와 관련해 금품 유혹을 받거나 부득이하게 금품을 받게 된 경우 상담을 받고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정제도이다.
문 경장은 신고서에 선물의 품명과 가격대를 적어 넣기 위해 인터넷에서 해당 가방 시세를 알아보고는 또 한번 놀랐다. 가방의 가격이 300만~4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 경장은 이런 고가의 가방을 구입하거나 선물 받았던 적이 없었다.
문 경장은 “피해자 최씨가 사기로 잃은 돈을 되찾지도 못했고, 수사 경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큰 선물을 주셔서 받을 수 없었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민원인을 배려하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강화서 청문감사관실은 문 경장이 받은 가방과 돈을 곧 최씨에게 되돌려줄 예정이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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