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 17일로 2주기를 맞았다. 340여 개 여성ㆍ노동ㆍ시민단체 모임인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날 사건발생 장소 인근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주제로 집회를 개최했다. 강남역 사건이 이처럼 여성 폭력, 여성 혐오에 저항하는 사회적 연대 형성을 추동하고 ‘미투’운동의 촉매제가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 공중화장실을 남녀분리형으로 개조하는 등 사정이 나아졌지만, 민간 건물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비용 탓에 업주들이 개보수를 꺼리기 때문이다. 여성안심화장실이 등장했지만 비상벨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여성들이 ‘강남역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공중화장실 사용을 꺼릴 정도다. 어디 공중화장실 뿐일까. 온ㆍ오프 공간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차고 넘친다.
법무부 성희롱ㆍ성범죄대책위원회가 법무부와 산하 기관, 검찰에서 근무하는 여성직원 7,40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1.6%가 성희롱 성범죄 등 성적침해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4월 국회 윤리특별위의 국회의원, 보좌진 1,800여명 대상 조사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이럴진대 다른 정부ㆍ민간 조직은 오죽할까. 이러니 여성에게 일상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법적 장치와 제도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기저에 자리한 여성혐오나 성차별 의식을 뿌리뽑아야 한다. 남성중심주의의 벽을 허물고,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서 존중하는 성평등 의식을 우리 사회에 착근시키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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