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대 소비자연구저널 연구 "정적보단 소음이 집중력에 도움"
카페 소음 들려주는 사이트도 생겨
사람들이 잡담을 하고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한쪽 편에서는 점원이 주문을 받아 확인하는 소리도 들린다. 취업준비생 정모(25ㆍ여)씨가 이런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는 곳은 카페가 아니다. 정씨는 친구 소개로 알게 된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카페 소음’을 들으며 자신의 방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중이다.
평소 조용한 도서관보다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됐던 정씨는 부담스러운 커피값을 들이지 않고도 카페에서 공부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이 사이트는 ‘홍대 갤러리 S카페’ ‘강남 교보타워 A카페’ ‘신사동 가로수길 CS카페’ 등 세 가지 다른 분위기의 ‘카페 소음’을 무료로 들려준다. 정씨는 “독서실처럼 너무 조용한 곳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되는 편이었는데 이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페 소음을 들으면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 등에서 일부러 생활 속 소음을 찾아 들으며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끄러워 피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찾게 되는 이런 소음을 백색 소음이라고 부른다. 파도소리나 빗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카페 소음, 진공청소기나 헤어 드라이기 소음 등도 있다. 백색 소음은 균등하고 일정한 저주파수 대역의 소리로 귀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주변 소음을 덮는 기능도 한다.
2012년 3월 발표된 미국 시카고대의 소비자연구저널은 50~70데시벨(dB)의 소음은 완벽한 정적보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적 상태보다 백색 소음을 들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향상하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 또 학습시간은 13.6%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 음향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잘 들을 수 없는 50헤르츠 미만의 저주파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으면 주변 소음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개인마다 효과는 다르겠지만 산업적으로는 이미 백색 소음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나오는 음악은 각 매장에서 고객과 점원이 대화하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백색 소음 자체가 태아가 뱃속에서 즐겨 듣던 소리의 일종이라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영유아에게 이런 소리를 들려주면 효과가 있는 경우도 많다. 2살 난 딸을 키우는 김모(34)씨는 “진공청소기 또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나 파도소리 등도 일종의 소음인데 이 소리를 들으면 아이가 바로 잠든다”며 “아이의 잠투정이 줄어 들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카페 소음 등 평소에 흔히 듣거나 지속적으로 들리는 백색 소음은 듣는 이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며 “공부나 일 등에 집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적막감을 해소하고 청각의 심심함을 해소해 주변 환경에 예민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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