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2년간 예금 8억 늘어
2억~3억 출처 불분명해 의혹 커져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의 정치인 중 한명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현금성 자산이 2012년 3억원, 2013년 5억원 등 2년에 걸쳐 8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의원세비 등 공식 수입을 뺀 2억~3억원 가량은 출처가 불분명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은 숨지기 직전 2012년 대선 때 홍 의원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말해,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26일 본보가 대선 직후인 2012년과 2013년 2년치 홍 의원의 재산신고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12년 6~12월 홍 의원의 예금은 3억2,000여만원이 늘고 2,500여만원이 줄었다. 의원 임기를 시작한지 7개월 만에 약 3억원이 순수하게 증가한 것이다. 홍 의원은 1억2,281만원의 정치후원금 계좌를 반영하고 의원세비(세전 8,047만원) 일부를 저축한 것이라고 소명하고 있으나, 이를 감안해도 나머지 1억여원의 출처는 계속해 의문이 남는다. 홍 의원은 당시 부친이 설립한 경민대 총장직에서 내려와 학교에서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았다. 홍 의원은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구입 등으로 100억원이 넘는 빚을 져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이자도 부담해야 하는 처지였다. 예금이 불어난 ‘또 다른’ 수입원이 무엇인지에 의혹이 증폭되는 대목이다.
홍 의원은 이듬해인 2013년에도 예금이 5억여원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정치후원금(1억2,967만원)과 그 해 6월 취임한 국기원 이사장 활동비(3,000여만원), 1년치 세비(세전 1억3,796만원), 건물 매도금(70억원) 일부 등을 저축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이 소명도 명확하지가 않다.
홍 의원은 2013년 7월 자신 소유였던 의정부시 의정부동 신도아크라티움 5ㆍ6ㆍ7층 3개 층을 충남 아산에 본사를 둔 J사에 판 뒤 20억원은 채권으로 남겨두고 50억원만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해당 건물에 대한 담보대출금(채권최고액 30억 원) 등 채무 37억여원을 변제하고 남은 돈을 예금에 반영시켰다고 했다. 홍 의원 설명 대로라면 건물 매도금 가운데 남은 약 13억원은 예금증가나 채무감소로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재산신고 목록에는 이런 흐름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 결국 홍 의원의 2013년 예금증가분(5억원)에서 문제의 건물매도금을 반영하지 않으면 출처가 불분명한 돈은 2억원에 달하고, 반영하면 되레 10억원 이상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이 된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때 홍문종은 본부장을 맡았는데, 제가 한 2억 정도 현금으로 줘서 조직을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 정부 탄생과 관련해 불법 대선자금 문제를 언급한 것이어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 의원은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본보는 증가한 예금의 출처와 건물 매도금 사용처 등을 묻기 위해 홍 의원에게 수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에게 이 문제를 직접 말씀 드렸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반론보도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측은 본보의 지난 4월 27일과 28일자 ‘홍문종, 수상한 재산 증가’ 등의 기사와 관련, 2012년과 2013년 예금 증가분은 정치자금과 보험 및 예금 누락액, 선거보전 금액, 사학연금 퇴직금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2013년 건물 매도금은 부가세를 납부하고 개인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했으며,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구입비용에 대한 이자 등도 박물관 운영과 건물 임대수입으로 상환해 왔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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