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버스기사들의 차량시위까지 부른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의 주차전쟁이 ‘위험한 휴전’상태에 접어들었다. ‘주차장 확보’를 요구하는 전국자동차연맹 고속노조 조합원 10여명이 이날 시위를 벌인 끝에 건교부, 서울시 관계자들과 ‘인근 복개천에 한시 주차’하기로 합의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인 및 실태
고속버스 기사들의 집단행동은 주차장 대용으로 이용하던 인근 복개천 땅에 17일부터 공원녹지 공사가 시작되면서 촉발됐다. 6년째 이어진 호남·영동선 고속터미널 공사로 만성적인 주차난을 겪어 온 기사들이 일반승용차 주차장을 만들며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공간을 잠식하던 센트럴시티에서 복개천에 공원공사를 시작하자 참았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트린 것이다.
현재 호남·영동선 고속버스터미널안에는 160여대만이 주차할 수 있다. 때문에 밤 늦게 서울로 올라 온 100여대의 고속버스들은 주차할 곳을 찾아 터미널 주변을 배회하는 실정이다. 터미널 주변 운행차량들이 줄어드는 새벽 1-2시가 되서야 도로변에 주차할 수 있는 탓에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출근하는 기사들도 허다했다.
■ 터미널 인근 교통체증
터미널 옆 반포대교 진입로 인근에 줄줄이 주차한 고속버스는 만성적인 교통체증까지 유발해 왔다. 21일 밤 익산에서 서울로 고속버스를 몰고 온 한 고석보(42)씨는 “익산에서 서울까지 3시간 걸리는데 500m도 안되는 고속버스터미널 진입까지 1시간씩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 해결책 표류
뾰족한 대책도 장기적인 해결책도 없는 실정이다. 센트럴시티 측은 6월말 터미널 공사가 끝나면 주차공간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버스기사들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터미널측은 공사완료후에는 총 195대가 주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사들은 “230-240대가 매일 주차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주차난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나마 이날 노조원과 센트럴시티, 건교부, 서울시와 서초구청 등은 3~4일내에 복개천 녹지공사가 끝나면 한시적으로 10일간 주차하기로 합의했으나 그 이후 대책은 없어 6월말까지 주차난은 다시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센트럴시티와 서초구청은 “원래 터미널내 주차공간은 잠시 정차를 하는 곳이지 몇 시간씩 박차(泊車)하는 곳은 아니다”고 고속버스회사들이 주차시설을 만들기까지는 주차난과 교통체증에 별다른 책임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송기희기자
gui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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