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ㆍ쿠르드족 반군ㆍ알아사드 정권
모두 적으로 간주 군사행동에 소극적
접경서 전투 벌어져도 수수방관
이슬람국가(IS)가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의 코바니 도심을 한 때 점령하면서 다급해진 터키가 미국에 공습 확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터키는 여전히 접경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 무장단체의 준동을 팔짱을 낀 채 방관하고 있다. 급기야 쿠르드족이 다수인 터키 동부지역에서 정부의 소극적 대처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7일 최소 14명의 시위대가 숨지기까지 했다. 왜 터키는 지상군 투입 등으로 IS 격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걸까.
외신들에 따르면 IS의 점령이 목전으로 다가 온 코바니는 시리아 쿠르드족의 핵심 거점이다.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터키는 그간 미국의 공습에도 참여하지 않고 국경 경비만 강화하는 등 IS의 코바니 점령 시도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국경 외곽이 극단적 무장단체로 위협받고 있지만 터키는 복잡한 정치ㆍ종교적 이유로 군사행동을 주저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터키 정부가 IS와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모두를 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코바니를 비롯한 시리아 북부에 자치정부를 수립했다고 선언한 쿠르드족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이 PKK와 연계됐으며 IS에 대항하는 시리아 내 쿠르드세력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연계된 PKK가 세력을 키워 터키 정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터키는 또 미국 주도의 IS 격퇴작전이 국경 교전 등으로 앙숙 관계인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도움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AFP통신은 터키 내 이슬람 세력의 반발, 코바니의 주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쿠르드족과의 복잡한 관계 등의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IS와 쿠르드족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IS가 우위에 설 경우 엄청난 쿠르드 난민이 터키로 몰려들게 되는 것도 터키에는 부담이다. “터키의 지도층급 인사들은 지난 몇 주 간 IS 격퇴전에서 터키가 더 중요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해 왔다”며 “미 정부는 그들과 터키의 역할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는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의 말은 터키의 복잡한 속내를 잘 드러낸다. 미 NBC방송은 “대부분의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사드 정권 축출을 국제연합전선의 의제로 설정할 때까지 지상군 참전이라는 선택지를 뽑지 않을 것”이라며 “터키가 그 곳(시리아)에 있지 않다“는 것이 IS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에도르안 대통령은 이날 “공습만으로 IS의 진격을 멈추게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시리아 온건 반군과의 협력을 더 확대하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부 전문가는 터키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침해될 때만 지상군 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IS 등이 빚은 폭력사태를 피하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 국내 다른 지역으로 피란한 이라크 주민이 175만여 명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왔다고 국제이주기구(IOM)가 이날 발표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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