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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쇼핑시설도 없어… 부대 앞은 아직 공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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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쇼핑시설도 없어… 부대 앞은 아직 공사판”

입력
2018.06.2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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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시대’ 맞는 평택]

남북 화해ㆍ미군 감축 분위기에

주상복합 개발 계획 3건 보류

문화센터 등 시설 건축 없이

시가지 도로개선공사만 진행

[저작권 한국일보]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정문 안정리 로데오거리가 도로개선사업으로 파헤쳐져 있다. 상인들은 30년 넘게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정문 안정리 로데오거리가 도로개선사업으로 파헤쳐져 있다. 상인들은 30년 넘게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명색이 로데오거리인데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 하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쇼핑센터, 한국을 알릴 문화시설 하나 없는 데 미군이 서울로 가지 이곳을 왜 찾겠습니까?”

“트럼프의 미군 감축 발언 논란 이후 부동산 투자문의가 완전 사라졌습니다. 렌털하우스가 부분적으로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겹치면서 아주 죽을 쑤고 있습니다.”

25일 주한미군사령부 이전(29일)으로 용산을 대신해 본격적인 주한미군시대를 열게 된 평택시 팽성읍 캠프 험프리스의 주변 표정은 생각만큼 밝지 않았다. 건설현장들은 여기저기 눈에 띄었지만 정문 앞 안정리 로데오거리는 도로개선공사로 파헤쳐 져 있었고 의류 카페 등 미군 상대 가게들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안정리에서 부동산을 하는 이모씨는 “지금 주상복합 등 4군데가 분양 중인데 개발계획을 세웠던 3군데가 보류로 돌아섰다”면서 “남북화해 분위기에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 벌어진 이후 렌털하우스를 투자를 묻는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미군특별회계가 들어왔을 때 이 일대를 LH 등의 주도로 개발했어야 했다”면서 “주차장도 없는 다 낡은 건물에 쇼핑센터, 문화센터, 나이트클럽 등 미군들이 즐겨 찾는 시설이 하나도 없는데 이들이 평택을 찾을 리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안정리 이장인 최모씨도 “안정리는 30, 40년 전과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10년도 전에 이전계획이 발표됐으면 이 일대를 체계적으로 개발해 문화, 경제적으로 미군을 활용했어야 했지만 지금 좁은 중앙로 하나 파헤쳐놓고 그나마 선거기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다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평택시 팽성읍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인근 미군 임대주택단지를 한 투자자가 지나가고 있다. 멀리 미군기지가 보인다.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평택시 팽성읍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인근 미군 임대주택단지를 한 투자자가 지나가고 있다. 멀리 미군기지가 보인다.

논밭이었던 이곳 팽성읍 일대는 깔끔한 빌라단지와 타운하우스, 아파트 등이 속속 들어서고 도로가 개선되면서 외양적으로는 크게 발전된 모습이었다. 부대 정문 앞에는 14층 규모의 M주상복합 등 4곳의 건설이 한창이었고 두정리 CPX 진입로 옆에도 빌라단지 건축이 한창이었다. 10여년 전 강제이주에 반대하며 눈물겨운 투쟁을 벌였던 대추리 부대 밖도 임대주택단지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들 미군 상대 임대주택은 대규모 오피스텔부터 100평 안팎의 타운하우스, 30평 아파트까지 다양하다. 이곳 부동산 관계자들은 현재 팽성읍 일대 신축 또는 계획 중인 임대주택만 2,000세대쯤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어진 것을 포함하면 대략 5,000세대에 이른다는 추정이다.

벌써부터 일부 과잉공급 논란이 일고 있다. 사병들이 주로 찾는 30, 40평형 대는 공급이 부족하지만 200만원 넘게 지원받는 영관급 상대 대형주택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화해 분위기가 어떻든 주한미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금 미군부대 주변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분양사무실에 만난 최모씨는 “지난해까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문의가 활발했지만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전후해 문의가 완전 끊겼다”면서 “다만 안정리 일대는 부대와 인접한데다 군무원 등이 속속 들어와 미분양 걱정은 없지만 멀리 떨어지고 오래된 주택은 공실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병 거주 소형주택 부족한데

지원 이뤄진 대형주택은 포화

상인들도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안정리상인회 김정훈 회장은 “이태원이나 홍대 앞 분위기에 익숙한 미군들이 시골동네 같은 안정리에서 무슨 쇼핑을 하겠냐”면서 “주말이면 대부분 서울로 가거나 평택역, 아산신시가지 역세권 등으로 간다”고 푸념했다.

한 중개인은 “6㎞ 떨어진 아산 둔포테크노밸리에 300~400세대의 미군이 살고, B아파트의 경우 944세대 중 800세대가 미군”이라면서 “가까울수록 유리한 거주지도 좋은 기반시설을 따라 멀리 가는데 쇼핑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안정리 주민들은 “지난 10여년 간 정부와 지자체가 무얼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미군이전을 희생하면서 참았던 팽성읍 주민과, 한국에 우호적인 민간 외교관이 될 수도 있었던 미군들을 방치하게 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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