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2016. 1. 10
“추우실 것 같아 목도리를 가져왔어요. 소녀상은 꼭 보호해야 해요. 소녀상을 가져가지 말라고 해 주세요. 소녀상이 없어지면 꼭 다시 찾아와야죠. 할머니들 마음 안 아프게 보호해야 해요.” - 이지효(10ㆍ여, 오른쪽), 왼쪽은 동생 지안(8ㆍ여)
서울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 2016. 1. 10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이 고통받아 온 할머니들께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응원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 내시길 바랍니다.” - 민형기(27, 왼쪽)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은 되지 않겠지만 나라의 정책이나 협상 같은 것들이 국민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할머니들께 죄송스러워요. 정치 경제도 중요하지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 나윤진(26 ㆍ여)
광주광역시청 앞 시민의 숲 2016. 1. 10
“엄마, 동상이 어디 아픈가 봐.”(엄마로부터 위안부와 소녀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그 사람들은 참 나쁜 사람 같아요.” - 김시윤(10 ㆍ여)
한일 간 복잡한 외교문제를 떠나
위안부 소녀상 바라보는 시선엔
시민들 안타까움과 미안함 가득
사진 찍으며 “꼭 함께할게” 약속
"소녀상은 꼭 보호해야 해요. 소녀상을 가져가지 말라고 해 주세요." 소녀의 눈망울에 눈물이 글썽였다. 10일 가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을 방문한 이지효(10)양은 금방이라도 소녀상이 없어질까 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소녀상 옆에서 농성 중인 대학생들 역시 같은 마음이다. 이 날로 11일째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릴레이 농성을 이어 간 성희연(26ㆍ여)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소녀상을 건드리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친일파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간 위안부 협상의 합의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소녀상 철거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협상타결 이후 일본은 총리까지 나서 소녀상 철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우리 정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손사래만 치고 있다. ‘애국’이란 이름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해괴한 광경이 소녀상 앞에서 벌어지는데도 경찰은 오히려 소녀상을 지키자는 학생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쯤 되면 벌판에 홀로 선듯한 소녀상의 안위가 위태로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외교문제를 떠나 소녀상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엔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가득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할 방법에 대해선 막막해 하면서도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녀상은 꼭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서울 경기와 광주광역시, 전북 군산 등에 설치된 소녀상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시민들은 목도리와 스웨터, 털모자로 감싼 소녀상의 차디찬 손을 잡아 주었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기념사진을 찍으며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정부를 향해선 국민과의 소통을 간절히 호소하기도 하고 가해자의 진실한 사죄와 더불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국민적 참여를 강조한 성직자도 있었다. 서울 서초고 최상 학생은 “소녀상도 태극기처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건립된 위안부 소녀상은 약 35기, 미국 등 해외에도 소녀상 3기와 위안부 기림비 7기가 세워져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 요구가 뜨거웠던 지난해에만 국내 24곳에 소녀상이 들어섰고 올해도 부산과 당진, 목포 등지에 소녀상이 건립될 예정이다.
위안부 소녀상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모았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국립여성사전시관 2016. 1. 11
“우리나라는 이슈가 될 때만 관심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들의 아픔이나 치유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함께 공감하길 바랍니다.” - 이봉미(37 ㆍ여, 왼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최초로 밝히신 김학순 할머니를 잊지 말아 주세요. 동상으로나마 항상 우리 곁에 계시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 김유경(33 ㆍ여)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2016. 1. 8
“손녀가 며칠 전부터 소녀상이랑 사진을 찍어 달라고 졸라서… 여기 소녀상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르지만 당시 위안부로 갔다 돌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발 붙일 곳이 없었지…”- 손녀와 함께 지나던 이름 모를 할머니
전북 군산시 동국사 2016. 1. 10
“어떤 장소에 설치된 상징을 보며 그 역사를 되새기곤 하는데 그 상징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김성조(59)씨 가족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016. 1. 11
“논리가 무너진 세상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이상한 논리로 정상적 사고를 무효화 시키고 윤리적 행동마저 불법적인 것으로 몰아갑니다. 이번 한일협상으로 수치와 모욕을 받은 것은 위안부 할머니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입니다.” - 임한욱 루피노 신부(맨 앞 중앙)
“얼마 전 수요집회에 가 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정동의 소녀상 역시 어린 학생들이 주도해 세웠다는 사실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부끄럽습니다. 이젠 기성세대들도 함께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 김성태 토마 신부(맨 오른쪽)
“사소한 이익과 영합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이 세상은 제 자리로 돌아가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신춘하 프란치스코 수사(오른쪽 두 번째)
“한일협상도 역사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만든 당사자들은 묻어버리고 싶겠지만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수치스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 석일웅 요셉 수사(오른쪽 세 번째)
“피해 할머니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법에 대한 사죄 없이 용서를 강요하는 사회가 아쉽고 분노도 앞섭니다. 비록 눈 앞에 보이는 희망은 없더라도 누구 한 사람은 꿈틀대야 하지 않겠습니까?” - 황선국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사(왼쪽 앉은 이)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2016. 1. 10
일본군‘위안부’문제한일협정폐기를위한대학생대책위원회
“할머니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한일협상 폐기하고 진정한 해결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희준(22 ㆍ여, 왼쪽 두 번째)
“할머니들이 납득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진정한 해결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예은(21ㆍ여, 소녀상 왼쪽)
“소녀상에 얽힌 역사가 앞으로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한효주(22 ㆍ여, 소녀상 오른쪽)
“소녀상을 건드리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친일파라는 걸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 성희연(26ㆍ여, 앞줄 맨 오른쪽)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개인의 운명과 다르지 않기에 방에만 있기 부끄러워서 나왔습니다.” - 김남균(26 ㆍ남, 뒷줄 맨 오른쪽)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아서 먼저 가신 할머니들의 한도 함께 풀리길 바래요.” - 박시원(21 ㆍ여, 뒷줄 오른쪽 세 번째)
“역사는 지나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서기원(30 ㆍ남, 뒷줄 오른쪽 네 번째)
서울 서초고등학교 2016. 1. 11
서초고 나라사랑동아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죠.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박연수(17 ㆍ여, 맨 앞줄)
“소녀상도 태극기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본에 의해 못다 핀 할머님들의 꽃이 하루빨리 연꽃 되길 희망합니다.” - 최상(17 ㆍ여, 두 번째 줄 왼쪽 두 번째)
“제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할머니들께서 아픔을 겪으셨다는 게 더 마음이 아파요. 위안부 문제가 어서 해결되어 그 아픔이 치유되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 명유진(17 ㆍ여, 두 번째 줄 왼쪽 세 번째)
“수요집회에 참가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잊어선 안 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가까이서 느끼고 위로해 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이경원(18 ㆍ여, 두 번째 줄 왼쪽 네 번째)
“진정한 사죄를 할 생각이 있다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지도 않겠죠. 일본은 과거사 반성에 관한 한 독일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서령(18ㆍ여, 두 번째 줄 맨 오른쪽)
“우리나라 국민이면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상윤(18ㆍ여, 소녀상 오른쪽)
“소녀상을 통해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를 항상 마음 속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유림(17 ㆍ여, 네 번째 줄 맨 왼쪽)
“학생신분이라 할 수 있는 일은 적지만 언젠가는 꼭 위안부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박서영(17 ㆍ여, 네 번째 줄 왼쪽 두 번째)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소녀상이 더 많은 학교로 퍼져 더 많은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석재현(18ㆍ여, 네 번째 줄 왼쪽 세 번째)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끔찍한 일과 그 아픔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이재용(18 ㆍ남, 네 번째 줄 왼쪽 네 번째)
“어떠한 방법으로도 할머니들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으로 조금이나마 그 한이 풀렸으면 좋겠어요.” - 이소원(18 ㆍ여, 네 번째 줄 왼쪽 다섯 번째)
“교실에서의 수업만이 전부가 아니라 실생활 속 역사와 함께 할 때 참된 교육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녀상을 항일유적지나 공공단체 등에 보내는 운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대영(56 ㆍ남, 네 번째 줄 맨 오른쪽) 교장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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