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중단이라는 최악의 방송 참사를 낸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세트작업을 하던 스태프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람이 크게 다쳤는데 이를 쉬쉬하고 방송을 진행한 tvN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화유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3일 새벽 1시께 경기 용인의 ‘화유기’ 세트장에서 천장에 샹들리에를 매달기 위해 작업하고 있던 A씨가 3m 이상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허리뼈와 골반뼈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당시 ‘V자’ 형태로 추락해 허리부분이 1차 충격을 받은 뒤 곧바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2차 충격이 가해져 뇌출혈 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을 당시 척수 손상에 의한 하반신 마비로 의식까지 없었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뇌사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아내와 두 자녀 등 가족들을 알아볼 정도로 의식이 되돌아온 상태다.
A씨는 MBC 자회사인 MBC아트의 미술팀 소속이다. ‘화유기’ 제작사인 JS픽쳐스로 용역을 나온 현장 팀장 역을 맡았다. JS픽쳐스는 CJ E&M의 계열사다. 20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는 사고 당시 현장의 한 PD로부터 요청을 받아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고가 터졌음에도 tvN은 23일 밤 ‘화유기’ 첫 방송을 강행했다. 지난 24일 방송 지연 사태 끝에 방송 중단 사고를 낸 것도 이 사건의 여파로 보인다. ‘화유기’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람이 크게 다쳤는데 촬영이나 후반작업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며 “2회 방송중단 사고는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tvN은 31일 예정된 4회를 결방하고 차주로 미룬다고 통보했다.
정작 ‘화유기’의 제작사인 JS픽쳐스와 방송사인 tvN은 사고를 당한 A씨에게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현장에서는 A씨의 사고가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쉬쉬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tvN은 “JS픽쳐스는 조만간 MBC아트 관계자를 만나 향후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A씨의 가족들은 이날 새벽 현장에서 세트 작업을 요청한 PD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관계자는 “한국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며 “새벽 시간에 벌어진 무리한 작업은 ‘생방송 촬영’이라는 제작 관행에서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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