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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민심은 하야와 탄핵 중 하나다

입력
2016.11.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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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이상의 국민이 참여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시위 인파였는데, 다행히 별 불상사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이슈는 우울하고 무거웠지만, 집회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한 기자가 수능을 닷새 앞두고 집회에 참석한 수험생에게 건넨 질문과 대답이다. “수능 걱정 안 되니?” “나라가 더 걱정이에요.”

국민의 심리적 공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젠 내성이 생겨서 초기와 같은 충격과 허탈함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주말 촛불집회를 통해 심리적 공황이 분노로, 분노가 폭력으로 진화할까 걱정되었지만 기우에 그쳤다.

지금까지 문제들이야 예정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정리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다.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과거 IMF 외환위기 상황이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시기에도 심리적 공황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지배적이지는 않았다. 신속하게 수습책이 제시되었고, 여러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앞이 보이질 않는다.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우선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대통령의 거취 문제이다. 이미 도덕적, 정치적 정당성을 잃어버렸기에 대통령으로서의 정상적 역할 수행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제시된 방안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하야와 국회에 의해 헌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탄핵,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거국중립내각에 이양하고 2선으로 후퇴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8일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그 진의나 방법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존재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에 의한 현직 대통령 조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한 달간 생산된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속에 나타난 대통령 거취 관련 민심을 ‘하야’와 ‘탄핵’, 그리고 ‘2선 후퇴’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국민의 마음에 2선 후퇴는 없다

10월 13일부터 11월 12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와 닐슨코리안클릭의 버즈워드(Buzzword) 데이터를 활용, ‘하야’ ‘탄핵’ 그리고 ‘2선 후퇴’를 키워드로 뉴스 기사와 트위터를 살펴보았다. 뉴스 기사와 트위터 모두에서 공통으로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요구였다.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을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비판하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가능함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현실적이기 보다는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탄핵과 하야가 단순히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가능한 현실로 본격화된 것은 최순실의 태블릿 PC와 관련한 보도가 이루어진 시점이었다. 탄핵이 먼저 언급되었고 뒤이어 하야에 대한 언급이 기사와 트위터상에서 급증했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10월 25일 3만건 이상의 탄핵에 대한 언급과 27일에는 5만건 이상의 하야에 대한 언급이 나타났다. 이후 하야와 탄핵에 대하여 잠시 주춤하던 추세는 청와대에서 김병준 총리 후보를 지명하면서 다시 급증하는 양상으로 변모하였다.

뉴스 기사와 트위터상에서 나타난 추이는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2선 후퇴에 대한 언급량은 이에 비해 매우 적다. 뉴스 기사에서는 총리 후보 지명 이후 탄핵이나 하야와 비슷한 수준에서 언급이 이루어진 반면, 트위터상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일반 국민의 생각 속에는 2선 후퇴보다는 하야와 탄핵에 대한 고려가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야와 탄핵, 2선 후퇴 관련 연관어

보도된 기사에서 하야와 탄핵, 그리고 2선 후퇴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파악해 보았다. 세 가지 모두에서 연관된 것으로 나타난 연관어는 ‘청와대’ ‘거국내각’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최순실’이었다. 이번 사태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와 최순실은 당연하다 할 수 있고, 전반적인 과정에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나타난다.

대통령의 퇴진을 초기부터 주장해왔던 ‘정의당’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하야와 탄핵 모두에서 연관어로 추출되었다. 하야와 관련해서는 주요 ‘대학’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국선언’이 두드러졌고, 탄핵 관련 주요 연관어는 탄핵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비선실세’와 ‘미르’ ‘K스포츠재단’ 그리고 지속해서 대통령의 책임을 주장해왔던 ‘정청래’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나타났다. 사태 수습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과 이번 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국정농단’이 하야와 2선 후퇴 관련 기사에서 모두 나타났다. 2선 후퇴와 관련해서는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부겸’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직접 관련 인사라 할 수 있는 ‘김병준’ 총리 후보,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추출되었다.

추출된 결과만으로 보면 세 가지 길 모두 하나의 목표로 설정된 것이고, 실현 이후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과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어떤 길이 되든, 당파적 이해를 버리고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최소화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다. 만약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면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나은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지, 대통령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그리고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모두가 확실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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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트위터와 뉴스 관련 자료는 조사전문업체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이즈 서비스’ 이용. 트위터 데이터는 2016년 10월 13일 ~ 11월 12일 기간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 뉴스 데이터는 같은 시기 방송사(MBC, SBS, YTN)와 종합일간지를 대상으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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