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음주 후 귀가 중 발생, 대리기사와 말다툼 끝 폭행 번져
대책위 "대리기사와 시민께 사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 지도부 일부가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 기사 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사건에 연루된 김병권 위원장,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 9명이 17일 연대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이날 오전 사과 입장을 밝혔던 가족대책위는 파문이 커지자 오후 늦게 지도부 자진 사퇴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사퇴한 인사 중에는 유경근 대변인, 전명선 진상규명분과 부위원장, 한상철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정성욱 진도지원분과 부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 위원장 등 유가족 5명에 대해 대리기사 이모(52)씨와 행인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피해자의 말을 종합하면 유가족 5명과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일행은 함께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이날 오전 0시 43분쯤 여의도 KBS별관 뒤 노상에서 대리기사 이씨와 시비가 붙었다. 30분 가량 대기하던 이씨가 더는 못 기다리겠다며 자리를 뜨자 이씨와 김 의원이 먼저 말다툼을 벌였고, 옆에 있던 유가족들이 “국회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며 이씨를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행인 2명도 싸움을 말리다 얼굴 등에 상처를 입었다.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노모(36)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려고 하는 이씨에게 김 의원이 ‘너 거기 안 서?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말하면서 시비가 붙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가 이씨를 폭행했다”며 “그들이 유가족인 것은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 측도 이 과정에서 행인 2명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며 조사를 받지 않고 병원으로 갔다”며 “유가족들에게 경찰 출석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경근 대변인은 “일방적 폭행은 아니었다”면서 “김병권 위원장은 왼쪽 팔목 뼈에 금이 가고, 김형기 수석부위원장은 치아 서너 개가 흔들리는 등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이번 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대리기사와 시민들께 깊은 사죄를 드리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었던 김 의원은 “대리기사가 가길래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누구다 정도 이야기 했고, 반말이 아니라 ‘왜 그러시나’ 정도로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모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유가족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김 의원이 마련한 자리였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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