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여, 대중 속으로 들어가라
예술인간의 탄생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인지자본주의’로 현대자본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지 4년 만에 ‘예술인간’이라는 개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오늘날 시장은 모든 것을 상품화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지자본주의 이론에 따르면 소비자의 주체적인 행동처럼 보이는 소비는 사실 거대 자본이 플랫폼을 장악해 소비자의 취향 자체를 통제한 결과다. 저자는 2008년 촛불 시위나 아랍의 봄, 월가 점령 시위에서 변혁의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한다. 책은 예술가들이 전문가의 자세를 버리고 예술을 통해 인지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함으로써 ‘누구나가 예술가인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논의 전개는 복잡하지만 핵심 주장은 직관적으로 읽힌다. 조정환 지음. 갈무리ㆍ428쪽ㆍ2만2,000원
인현우기자 inhyw@hk.co.kr
물질을 어떻게 시간을 지배하는 가
시간 연대기
‘물질적 개입’이라는 개념을 동원해 시간의 변화가 물질 때문에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기차는 이동시간의 혁명적 단축을, 전신주는 거리를 뛰어넘는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이로 인해 인류는 상대성이론의 핵심인 동시성의 문제를 이해하게 됐다. 물질적 개입이 인간의 시간 경험과 우주의 시간 개념을 동시에 변화시킨 셈인데 이 같은 통찰은 문화사와 시간의 물리학을 엮어내고 형이상학적으로 흘러가는 현대 물리학을 반성하게 한다. 각 장을 한 시기 가상인물의 하루로 시작함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특정 시기는 수렵ㆍ채집을 하던 5만년 전에서 시작해 과학적 발명이 폭발적으로 이뤄진 근대 그리고 21세기 디지털시대까지 현재와 점점 가까워진다. 애덤 프링크 지음. 고은주 옮김. 에이도스ㆍ556쪽ㆍ2만8,000원
김세희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4학년)
만화와 함께 보는 해부학 이야기
해부하다 생긴 일
의대에 입학했으나 부모의 뜻에 반해 그가 걸어간 길은 과학자의 그것이었다.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정민석 교수가 회고하는 삶은 자기가 옳다고 믿은 가치의 실현이었다. 의대에 적응하지 못해 허구한 날 술집에서 살았던 학생에게 해부학은 구원이었다. 낡은 학문이었으나 앞뒤 내용이 논리적으로 잘 들어맞아 젊은 그에게는 “과학스러운” 학문이었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저자가 접한 의대 해부학교실 이야기를 만화를 곁들여 제공한다. 해부학이라는 음지의 학문에서 30여 년을 버티면서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들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연구비를 지원할 정도로 일가를 이룬 그의 뜨거운 학구열과, 소박한 만화로 나름의 서사를 구축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정민석 지음. 김영사ㆍ312쪽ㆍ1만4,000원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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