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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급주의 함정에 빠진 청년실업

입력
2017.06.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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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간 여러 대책들이 나왔지만 묘수는 없었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 해소를 포함한 고용안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청년실업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사실 우리 청년층의 실업률은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0.7%로 OECD 평균(13.0%)보다 약간 낮다. 문제는 청년층 고용률도 낮고,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고용률 갭도 OECD 평균보다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핵심 청년층인 25~29세의 고용률이 정체된 가운데 실업률은 크게 상승하는 추세다.

청년실업의 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우선 인적 투자의 낭비와 복지 수요의 확대를 초래한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으로 생산성 향상이 제약되고, 인적 자본 형성이 저해되어 성장잠재력도 약화된다.

청년실업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2008년을 정점으로 대학 진학률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고, 올해부터는 생산가능 인구도 줄기 시작한다. 반대로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 기회를 축소시켜 당분간 청년실업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청년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제정된 것이 2004년의 일이고,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대책은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판이다. 대책의 중점이 실업 해소냐 고용 촉진이냐, 또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냐 민간 기업의 고용확대 장려냐를 놓고 논쟁도 적지 않았다. 어느 정책이든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이 아쉬웠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주요 선진국의 청년층 고용 사정은 국가별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독일과 미국의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반면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에서는 실업이 늘고, 구직 단념자도 증가하고 있다. 두 그룹의 차이는 경기 상황에서 비롯하겠지만 이보다는 노동시장의 여건을 비교하면 더 나은 해답을 얻는다. 노동시장이 유연하거나 직업 훈련시스템 등 청년층 고용창출을 위한 기반 구축이 제대로 되어있느냐가 핵심이다. 경기가 호전된다고 청년실업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우리나라 청년고용 부진의 원인을 노동수요 부족에서만 찾기 어렵다. 구인자와 구직자 간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가 다르고, 시장 임금보다 의중 임금이 더 커 균형점을 찾기 힘들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구인자와 ‘일할 자리가 없다’는 구직자의 인식 차가 노동 수급의 불일치를 낳고 있다.

사회적 평판이라는 잣대에 좌우되던 ‘양질의 일자리’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직업의 종류나, 근무환경 그리고 직장의 위치 등의 취업 선호 요소가 청년층의 취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경향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단순히 ‘사회적 지위’를 겨냥하기보다는 ‘삶의 목적’ 성취에 중점을 두고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교육환경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교육자 중심의 공급주의적 교육관을 이제는 미래를 살아갈 수요자 위주로 바꾸자. 청년들이 부모나 스승보다는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도록 해주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성숙되는 미래의 좋은 직장은 대기업이나 정부기관보다는, 오히려 소규모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부단히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청년이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꾸준히 변신해야 한다. 정부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등 신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이 인적 자본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는 청년 스스로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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