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서 68세로… 행정 편의 보장 추진 법안도
업무중 사고 때 면허 등급 하향 등 불이익 법안은 토론조차 안해
전문의원들 "취지 이해 못해" 의심, 해당 의원들 "입법과 무관" 해명
도선사협회로부터 공짜 전시 부스를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은 도선사의 이해 관계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익단체들이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새로운 음성적 로비 수단을 찾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의원들은 편의 제공 제안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로비와 입법 과정의 관련성은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편의는 보장하고 규제 법안엔 소극적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2015 한국농산어촌 산업대전’ 행사에서 도선사협회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부스를 무상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같은 당 박민수 의원은 지난 해 7월 도선사의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68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도선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대형 선박 안전의 마지막 운항을 책임지는 도선사의 막중한 역할에 비해 최근 도선사 인원이 부족해지고 있고, 이로 인한 선박의 안전운항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정년 연장 논리였다.
하지만 해당 부처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은 이들 의원의 도선사 정년 연장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된 지난해 11월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이 개정안에 대해 “2005년 정년 연장제도 폐지 당시와 정책 환경의 변화가 없고, (오히려 정년 연장으로 인한) 안전사고 증가의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법안을 심사한 박수철 농해수위 전문위원도 “오히려 최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며 “노동 강도와 도선사의 신체적 한계 등을 고려해 대부분 국가도 65세의 정년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계류 중이긴 하나, 결과적으로 도선사협회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지역구 업체를 돕는 모양새가 됏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 발의 법안도 마찬가지다. 경 의원은 지난 1월 도선사들이 타는 배의 표식인 의장(艤裝)을 도선사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선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 의원의 개정안은 도선사의 이익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도선사들의 행정 편의를 강화하는 성격이 강한 법안으로 해석된다. 석영환 농해수위 전문위원은 당시 법안 발의 검토보고서에서 “외국의 사례 및 현장 종사자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각 항만별 특수성 등을 감안해 (개정안이 아니라) 현행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굳이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도선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법안과 관련된 농해수위 의원들의 행보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 6월 발의한 ‘도선법 일부 개정안’은 5년마다 도선사 면허를 갱신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업무 중 사고를 일으킨 도선사에게 면허정지 기간이 지난 이후 불이익을 주지 않는 현 조항과 달리 문제를 일으킨 도선사의 면허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도선사 입장에선 법안이 통과되면 여러모로 불이익이 갈 수밖에 없는 법안인 셈이다.
그러나 해수부와 농해수위 등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 의원들은 이 법안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법안이 상정됐지만 여야 상임위 간사 접촉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고, 정부 발의 법안 통과에 적극적이어야 할 여당 소속 의원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고 한다. 도선사협회의 부스 무상 제공 의혹을 사는 야당 간사 박 의원과 여당 경 의원에게 눈총이 쏠리는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운영과 관련된 규제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취지의 해운법·선원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며 “비슷한 취지의 선박 안전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고도 3개월이나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원들 “지역 우수업체와 연결만 시켜준 것”
논란이 되고 있는 의원들은 도선사협회 쪽에서 편의 제공 제안을 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입법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협회에서) 지역 우수업체를 추천해달라고 해서 진행한 것”이라며 “(행사와) 연결만 해준 것이지 (입법과는) 상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도 “올 초 (다른 협회에서) 비슷한 취지로 부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안 맞아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그 때보다) 조금 시간이 있어 지역 업체와 연결해줬지만, 다른 의도나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 의원 측은 연관성 자체를 부인했다. 행사장에서 부스를 제공받은 자신의 지역구(충북 괴산·음성) 업체들이 알아서 참여한 것이지 의원실이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경 의원 측은 당일 행사장에 참석해 축사까지 한 이유에 대해서도 “주최한 방송계 관계자와 잘 아는 사이라 나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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