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친박 서청원뿐 勢 위축 조만간 단행 당직개편 주목
金, 수차례나 김기춘 공개 비판… 靑과 마찰음 배제 못해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여권 권력지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비주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을 차지함에 따라 친박 주류는 세 위축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그간 청와대 일방우위의 수직 구도였던 당청관계의 재정립도 불가피해졌다.
여권 내 역학구도 지각변동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은 친박 핵심그룹이 사실상 당 운영의 전면에서 물러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할 공산이 크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몇몇 친박 핵심인사들이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뉘앙스를 몇 차례 내비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친박 실세 몇 명이서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힐난했고,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친박 핵심들은 쉬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실제 김 대표와 함께 새롭게 구축된 새누리당 지도부에는 친박 핵심인사가 서청원 최고위원 뿐이다. 김태호ㆍ이인제 최고위원은 그간 친박계와 다른 길을 걸어왔고, 김을동 최고위원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김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총 득표율에서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8%포인트 가량이나 뒤졌고, 서 최고위원과 친박계 표를 나눠가질 것으로 기대됐던 홍문종 의원이 고배를 마심으로써 친박주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완패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새누리당의 친박 색채는 상당 부분 옅어지고 대신 비주류 인사들이 당의 간판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는 조만간 단행될 당직 개편이 주목된다. 벌써부터 이종훈ㆍ서용교 의원과 안형환 전 의원, 허숭 캠프 대변인 등의 중용이 예상되고 있다.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될 지명직 최고위원들의 면면도 관심거리다.
일각에선 비주류인 김 대표가 처음부터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와 극한 대립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전히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의 협조 없이는 당 운영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당의 인사ㆍ재정을 책임질 사무총장에 친박계인 김태환 의원이 임명되거나 윤상현 사무총장이 유임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게 단적인 예다.
당청관계 재정립도 불가피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던 당청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청와대 참모진을 이끌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김 비서실장이 잘했다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겠느냐”는 등 전당대회 기간 중 수 차례에 걸쳐 김 비서실장을 공개 비판했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는 당내 선거였음에도 6ㆍ4 지방선거와 달리 ‘박근혜 마케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심(朴心)을 적극 내세웠던 서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상당한 격차로 패한데다 홍 의원이 낙선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집권 2년차에 비주류 당 대표를 상대하게 된 청와대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김 대표가 차기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당청관계는 수평적 관계로 재정립되는 수준을 넘어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김 대표의 향후 행보를 대권 도전 가능성과 연관지으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우려할 경우 양측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화두로 삼은 복지와 통일은 박 대통령이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향후 당청관계의 시금석은 김 비서실장의 거취가 될 공산이 크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운영의 기본 전제는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도 “‘기춘대원군’의 존재 자체가 박 대통령과 여권 전체에 부담”이라고 못박았다. 당장은 박 대통령과 어긋나는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는 엇박자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