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무엇을 가장 심한 고통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바로 빈고(貧苦)입니다. 빈고가 죽음으로 인한 고통보다 심각하다고 했죠.” (윤성식 고려대 교수)
경제학자, 노동전문가, 종교계 인사 등이 불평등 문제를 놓고 마주앉았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1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연 '한국사회 불평등과 종교의 역할' 세미나에서다. 극한 불평등의 시대에 ‘중생구제’를 목표로 하는 종교계가 어떤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논해보겠다는 취지다.
참석자들은 우선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에 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발표에 나선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국사회는 그저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오로지 잘살기 위해 달려왔지만 현재는 무색할 만큼 성장도 분배도 실패하고 심지어 친절, 인심, 공동체까지 붕괴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 “철학이 없으니 (정부가) 국민들을 이렇게 터무니 없는 경쟁지상주의로 몰고 가고 삶의 질 떨어뜨리고 공동체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은 포용적 성장”이라며 “모두가 성장만을 말할 때 꾸준히 도탄에 빠진 이웃을 구제하자는 정신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야 말로 종교계가 우리 시대에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성식 교수는 “적극적 자유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 한국은 자유국가라고 하기 어려운 정도로 계급사회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평등을 강조하는 불교 교리를 불자들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만큼, 불교계가 모범을 보이고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교계가 갈등을 문제시하고, 수행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종교계는 이 지옥 같은 불평등 상황에 책임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인간이 탐욕을 없애도록 가르치는 것이 종교의 목적이나, 비뚤어진 세상의 모순 속에서 불평등을 감내하고 그저 기도하고 수행하라고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금수저, 흙수저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16회 가톨릭포럼을 열었다. 포럼에는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조성주 정의당 미래센터 소장 등이 참석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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