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충재
논설위원

등록 : 2017.01.30 13:20
수정 : 2017.01.30 13:21

[이충재칼럼] ‘대세론’ 문재인 진짜 준비 됐나

등록 : 2017.01.30 13:20
수정 : 2017.01.30 13:21

대권 근접했으나 리더십ㆍ정치력에 의문부호

문재인 혼자 촛불 개혁 과제 해결은 역부족

진보ㆍ개혁진영 공동정부 구성해 힘 모아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부산 중구 남포문구에서 일일점원이 돼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대세론은 아직 이르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것만은 분명하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크게 앞서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추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문재인은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기득권ㆍ부패 세력 청산과 대북ㆍ안보관에 대한 보수세력의 과장된 불안과 공세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진보진영에서조차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것은 걱정스럽다. 여기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국내외 경제, 안보상황이라는 외부요인 외에 문재인의 준비 부족과 리더십, 정치적 자질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내포돼있다.

문 전 대표도 이런 점을 의식해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그는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세상을 보는 안목과 비전이 더 분명해져서 이젠 기회가 주어지면 제대로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수백 명의 전문가 집단을 꾸려 연일 사회 각 분야의 공약을 제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럼에도 왜 문재인이어야 하는지, 문재인이 되면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탄핵국면 이전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답보상태였다. 4ㆍ13 총선에서 야당의 분열을 막는 데 실패했고, 그 후에도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연 확대에 한계를 드러냈고,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으면 여태껏 고만고만한 후보에 머물렀을 개연성이 높다. 촛불정국을 거치며 ‘달라진 문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이 갑자기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문 전 대표가 당선된다 해도 정치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보수진영은 구체제 청산에 반발하며 총공세에 나설 공산이 크다. 반면 진보 쪽에서는 개혁이 미흡하다는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를 벗어날 수 없어 산적한 개혁과제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어려운 싸움을 문재인 혼자서 헤쳐 나가기는 역부족이다. 촛불민심의 요구인 새로운 국가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진보세력을 끌어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집권은 단지 문재인 차원이 아니라 진보세력 전체의 위상과도 관련된 중대한 과제다. 김대중ㆍ노무현 진보정권 10년의 평가는 냉혹하다. 보수가 만든 프레임이기는 하지만 ‘진보=무능’이라는 꼬리표가 늘 진보진영을 따라다닌다. 이명박ㆍ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은 진보정권보다 훨씬 무능하고 형편없었는데도 비실용적, 무책임성, 비현실성은 진보를 규정하는 용어로 굳어져있다.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력 부재였다.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가”를 논할 줄은 알았으나 그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이는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ㆍ개혁 진영 전체의 문제였다.

과거 진보정권이 흔들린 데는 소수파 정권의 한계에 기인한 측면이 컸다. 올해 대선은 진보진영 자력으로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어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은 이회창 후보 진영에서 만든 자료를 입수했는데, 거기에는 당선 후의 국정운영 프로그램이 연도별, 분기별, 월별, 나아가 주별, 일별로까지 짜여져 있었다고 한

다. (‘문재인의 운명’)

지금부터라도 진보ㆍ개혁진영은 공동정부든 연립정부든 또는 ‘섀도 캐비닛’이든 함께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야권에는 안철수, 이재명, 안희정, 손학규, 박원순, 김부겸 등 능력 있는 인물이 많다.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이들을 한데 모으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이 훨씬 담대하게 비판과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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