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빚어진 정국 긴장이 인사청문회 무용 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여야 협치의 틀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야 3당이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인 일자리 추경예산 반대 카드를 꺼낸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어제 한때 김부겸 행정자치부ㆍ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ㆍ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 동료의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할 움직임까지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위원장 임명 강행은 야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태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흠집보다 정책적 역량을 중시하는 국민 눈높이'를 기준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임명도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29~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내달 7~8일 독일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외교수장 없이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채택시한이 끝난 강 후보자에 대해 금명간 국회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내주 초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자유한국당은 한때 청문 보이콧 카드를 내놨다가 거둬들였다.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 파기와 협치 포기 등 '내로남불'식 행태를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소극적 거부보다 여론전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강경화 후보자 임명 여부는 협치와 소통을 가름하는 마지노선"이라면서도 발목 잡기로 비치는 행보는 자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한 데다 한 달이 넘도록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한 점을 감안, 야당에 줄곧 '허니문' 차원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해 왔다. 꼭 그런 맥락은 아니겠으나, 야당이 청와대의 일방통행에도 불구하고 국회 파행을 피한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인 것은 잘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김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등 정책적 지향을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 식으로 흘러 폭넓은 인사를 하는 데 장애가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여론만 믿는 '유체이탈' 화법으로는 진정성을 보여 주기 어렵다. '낮고 열린 소통' 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이라면 솔직하게 과거 가혹하게 휘둘렀던 인사 잣대에 유감 혹은 사과를 표시하고 야당에 첫 내각의 한계를 이해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래야 야당에도 여지가 생긴다. 강경화 장관 임명이 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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