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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토요일 밤의 학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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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토요일 밤의 학살 벌어졌다”

입력
2017.05.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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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3월 미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3월 미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직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당선에 톡톡한 역할을 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트럼프 주변 인사들의 러시아 연계설을 파고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란 설명이 보다 설득력 있다. 외신들과 민주당은 이번 해임과 관련, “제2의 토요일 밤의 학살(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를 해임한 사건을 지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매섭게 비판했다.

9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의 건의를 수용해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에게 보내는 파면서에서 “세 차례에 걸쳐 내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대상이 아님을 밝혀 줘서 고마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판단에 따라 당신이 FBI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을 집행하는 핵심 임무에 있어 FBI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고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코미 국장이 클린턴 봐주기 수사를 해 FBI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 로젠스타인 차관은 “코미가 내린 이메일 수사 결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는 FBI의 평판을 훼손시킬 뿐더러 법무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메일 스캔들의 재수사는 최종적으로는 불기소 권고로 결론이 났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 측은 “나쁜 행위를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며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건 명분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코미 국장이 트럼프 측근 인사들의 러시아 내통 스캔들 수사를 진행하고, 의회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조차도 “러시아 수사를 지켜보면서 그를 제거해야겠다고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 3월 트럼프의 국정 지지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FBI가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대선 개입 공무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도청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트럼프를 곤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코미 국장의 갑작스러운 해임 소식에 외신들은 트럼프의 결정이 닉슨 전 대통령이 자신을 조사하는 특검을 해고한 이른바 ‘토요일 밤의 학살’을 떠올리게 한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워터게이트 이후 대통령이 자신을 조사하고 있는 기관의 장을 해고한 적이 없다”며 “정상 범위를 넘어선 결정이며, 토요일 밤의 학살과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시카고트리뷴도 “토요일은 아니었지만 이번 해임 결정은 토요일 밤의 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데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수사의 독립성 훼손 문제를 제기하면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밥 케이시(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워터게이트 후 이렇게나 사법 체계가 위협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고,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FBI의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감독할 특별검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코미 국장은 갑작스러운 해임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 통보를 받기 전 뉴스로 먼저 소식을 접하는 굴욕적인 상황도 겪었다. CNN은 “코미 국장이 로스앤젤레스 출장 중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TV를 통해 해임 소식을 알았으며,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웃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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