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시간 지체 안돼”
73%가 하야 방식 원해
광화문광장을 밝힌 100만 시민의 촛불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거대한 민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버티기에 돌입했고, 야권은 퇴진운동을 벌인다면서도 방식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일보가 국민 2,000명에게 직접 물었다. 17, 18일 10대부터 6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절대다수(88.5%)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퇴진 방식으로는 탄핵(19.8%)보다 하야(73.1%)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18일 한국일보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방식’ 여론조사 분석 결과 박 대통령에게 임기를 유지하도록 하자는 응답은 2,000명 중 230명(11.5%)에 불과했다. 촛불집회의 민심이 그저 구호만은 아니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퇴진이 옳다는 응답자(1,770명) 중 대다수는 바람직한 퇴진 방식으로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1,294명ㆍ73.1%)를 꼽았다. 법적 절차에 따른 ‘탄핵’을 지지한 응답자는 350명(19.8%)에 불과했다. 야권에서 2선 퇴진을 요구하다 퇴진운동으로 강경해지고, 최근 탄핵절차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분위기와도 비슷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하야와 탄핵을 지지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민심은 훨씬 준엄하다. 하야를 지지한 이유로 가장 많은 59.7%가 “탄핵 절차에 비해 빠른 사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야는 언제든지 가능한 반면 대통령의 위법 사실을 근거로 국회의 탄핵소추, 헌법재판소 의결을 거쳐야 하는 탄핵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고 국회, 헌재 등 각 단계에서 가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탄핵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하야할 의사가 없기 때문”(55.1%)이었다. 박 대통령이 버티기 때문에 강제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결국 방식과는 상관 없이 하루 빨리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으로 수렴되고 있다.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한 여론이 구체화하면서 질서있는 퇴진 등 하야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과, 박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할 경우 탄핵절차를 밟는 방안 등에 대한 정치권 논의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퇴진의 여러 방식이 이미 소개돼 있지만 각각의 과정이 모두 만만치 않아 논의가 교착 상태다”며 “이제는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의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퇴진 방식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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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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