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나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1일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제기된 7건의 헌법소원이 각하나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처음으로 성매매 여성이 처벌의 위헌성을 주장한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 공개변론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헌재 재판관 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컸으나 어쨌든 이번 합헌 결정으로 일단락 됐다고 볼 수 있다.
헌재 결정의 가장 큰 쟁점은 ‘자발적 생계형 성매매’처벌 여부였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직업선택권과 같은 기본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에 논의가 집중됐다. 헌재는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고 봤다. 결국 다수의 재판관이 공익적 관점에서 성매매특별법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헌재 합헌 결정에는 성매매특별법이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성매매 업소와 성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으면 공급이 확대되고 국민의 성도덕을 문란하게 할 가능성이 많다”고 헌재는 밝혔다. 성을 사고파는 일이 불법이며 범죄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성매매특별법이 기여를 했다고 본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법적 논란은 정리됐지만 현행 성매매 방지 제도의 문제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별법 시행 이후 집결지는 줄었지만 변종 성매매업소와 인터넷 성매매가 늘어난 ‘풍선효과’를 막아야 한다. 음지의 성산업이 번창하는 데는 단속기관의 법집행 의지가 미약해서일 가능성도 크다.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교육과 주거, 직업훈련 지원을 강화해 이들이 성산업의 착취구조에서 빠져 나오게 돕는 것도 시급하다. 헌재 재판관들도 “사회보장의 확충을 통해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릇된 성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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