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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 캐나다 정유공장 청산 위해 '매각'으로 눈속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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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 캐나다 정유공장 청산 위해 '매각'으로 눈속임 의혹

입력
2014.1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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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대금 중 6900만달러 매입한 美 실버레인지社 아닌

NARL이 하베스트로 입금… MB자원외교 라인 책임론 불가피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약 9,000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의 정유공장 ‘노스 애틀랜틱 리파이닝(NARL)’을 약 34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NARL을 매각한 게 아니라 사실상 청산하면서 이를 은폐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정의당) 의원은 25일 “석유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매각 증빙서류를 확인한 결과 매각 대금을 매입자인 미국 투자회사 ‘실버레인지 파이낸셜 파트너스’가 입금한 것이 아니라 NARL이 입금한 것으로 돼 있다”며 “팔리는 대상이 스스로 매각 대금을 보낸 이상한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상한 방식의 거래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김 의원실은 ▦내부거래를 매각으로 위조하거나 ▦매각대금을 부풀리거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매각 절차를 빌어 NARL을 사실상 청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이 입수한 서류는 ‘거래상세내역서(Transaction Detail Report)’. 석유공사가 지난 13일(캐나다 현지시간) 실버레인지와 NARL 매각 계약을 최종 완료한 뒤 매각 대금 약 8,600만달러(9,700만 캐나다달러)가 NARL의 모회사 하베스트에 입금된 내역이다. 하베스트의 지분은 100% 석유공사가 갖고 있다.

이 서류에 따르면 계약보증금 약 46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 중 약 6,900만달러를 NARL이 입금했다. 사가는 실버레인지가 아니라 팔리는 NARL이 돈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현지 행정적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NARL에는 원유와 원유 관련 제품 재고가 있다. 공사 관계자는 “실버레인지가 하베스트로 직접 매각 대금을 입금하면 재고 처리 과정에서 원유 거래 허가권이 없는 하베스트가 고액의 세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매각 대금을 NARL을 통해 받았다가 NARL이 하베스트에 보내는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실은 “매각 대상을 거쳐 매각 대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은 거래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공기업이 이런 식으로 매각을 처리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머지 매각 대금 약 1,300만 달러는 ‘NARL 리파이닝’이라는 또 다른 회사가 입금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실버레인지가 행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만든 자회사”라며 “계약 관련 모든 권한은 실버레인지가 NARL 리파이닝에 넘겼다”고 말했다.

설사 석유공사의 해명대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NARL을 매입가의 4%도 안 되는 헐값에 판 건 부인할 수 없다. 당장은 9,700만캐나다달러가 입금됐지만, 이후 1개월여 동안 석유공사는 보험금과 시설수리비, 직원퇴직금, 정산합의금, 추가투자부담금 등의 명목으로 실버레인지와 NARL 등에 6,200만캐나다달러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사에 남는 금액은 3,500만캐나다달러(약 339억1,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헐값에 넘기면서 청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행정적, 사회적 문제를 실버레인지에게 넘기려는 것으로 사실상 매각이 아니라 청산절차”라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NARL은 석유공사가 2009년 매장량 2억2,000만배럴의 석유ㆍ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한 하베스트를 4조원에 인수하면서 덤으로 사들였다. 이미 부실 논란이 있던 NARL을 매입한 배경에는 MB 정부의 ‘석유공사 대형화’ 지시가 있었다. 게다가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망교회 인맥으로 알려졌다. 보통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할 땐 정부에 먼저 보고한다. 당시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현 최경환 경제부총리, 자원개발 성과를 점검해왔다고 알려진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자원외교를 주도한 이상득 전 국회의원 등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석유공사가 인수한 뒤 NARL은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공사는 NARL의 인수와 운영, 매각 등으로 발생한 손실을 약 1조5,039억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개발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7년 정도 투자해 생산량을 늘리면 1조5,000억원 손실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하베스트 역시 안정적인 수익원이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사 관계자는 “인수 이후 하베스트에서 난 손실은 미미하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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