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 수백만 달러를 가지고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대북 소식통은 18일 “태 공사가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선전 업무 뿐만 아니라 재무까지 담당했다”며 “대사관이 관리하던 580만 달러(64억여원)의 거액을 갖고 탈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외 공관은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하는데다, 런던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은 사치품 공급 역할도 맡고 있어 거액의 통치자금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는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로 선전 및 사상 교육을 비롯해 자금 관리 업무까지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가 거액을 갖고 탈북함에 따라 북한 당국도 발칵 뒤집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은 태 공사가 국가정보원의 공작에 의해 공금을 빼돌린 것이라며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7월 러시아에서 제3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대사관의 김성철 3등 서기관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언론들은 당시 김 서기관이 유럽 국가로 망명하기 위해 벨라루스로 출국했다고 보도했으나 그가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해외 근무자들의 탈북이 잇따르자 통제와 감시 강화를 위해 해외 각지에 검열단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관에 배치된 보위부 요원 등이 해외 근무자들의 사상 동향을 점검하고 전화 통화 내역까지 체크하는 등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또 해외 근무자들의 가족 탈북을 막기 위해 해외에 함께 나간 가족들에 대한 소환령도 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가 자녀 교육 및 진로를 위해 탈북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 자녀 단속에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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