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기 위해 면접을 치른 여교사 A씨는 업계 온라인 취업게시판에 불쾌했던 경험담을 남겼다. 면접관이 가족 경제사정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A씨의 키와 몸무게를 캐물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혈액형이 무엇이냐”는 황당한 질문도 했다. 경북의 한 의류업체는 국내 유명 취업정보 사이트에 모집공고를 하면서 ‘장기 근무가 가능한 남성을 우대한다’고 명시했다. 부산에 있는 한 입시학원은 수학 선생님을 채용하면서 ‘미혼인 여성 선생님’이란 지원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A씨의 사례나 남성ㆍ미혼 여성 우대 채용공고는 모두 성차별을 금지한 현행법 위반이다.
기업들이 본격 하반기 채용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정부가 직원 채용 시 업무와 무관한 성차별 조건이나 질문을 삼가도록 계도 활동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채용규모가 큰 주요기업 2,186곳과 82개 프랜차이즈 업체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채용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희롱ㆍ차별 행위의 예방 권고문을 배포했다고 3일 밝혔다. 과거에 비해 모집공고에서 성별이나 결혼여부 등 조건을 표기한 사례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 면접에서 결혼 계획이나 여성의 신체 치수를 묻는 등 성차별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뽑을 때 남녀 차별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와 무관한 외모 평가, 키나 체중 같은 신체조건을 물어서는 안 된다. 혼인 여부나 출산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다르게 하는 것도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용부의 성차별 판단기준에 따르면, 모집공고에서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학력 및 경력이 동일한데도 특정 성을 낮은 직급에 고용하고, 채용시험에서 성별로 합격점수를 다르게 정하는 것 등이 모두 위반 사례에 속한다. 특히 사생활과 신체조건 관련 질문은 단골 위반 사례다. 면접 도중 "결혼해도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보육교사 면접에서 신체조건에 대한 질문을 받은 A씨는 “아이 돌보는 일과 키, 몸무게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합격해도 이런 곳은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업의 특성에 따라 예외도 인정된다. 소프라노 가수나, 모델처럼 성별이나 신체적 특성이 업무에 밀접하게 영향을 준다거나 승려나 수녀처럼 종교와 관련된 사안이 그런 경우다. 어떤 분야에서 남성 또는 여성 근로자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도 성비를 맞추기 위해 소수 성별에 채용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다.
김종철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위반 사업장들은 해당 문구가 성차별이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경우가 많아 홍보만으로도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동시에 접수되는 신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처벌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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