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모나자이트 같은
천연방사성핵종 70여가지
생활제품에 쓰지 못하게 해야”
음이온을 방출하는 산업용 원료 모나자이트가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기체 라돈을 내뿜는다는 사실이 대진침대 사태를 계기로 밝혀지면서, 일상 곳곳에 스며든 음이온 제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 따르면 특허청의 특허를 받은 음이온 제품은 모두 18만여개에 달한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팬티 생리대 소금 화장품 마스크 모자 팔찌 입욕제 등 다양한 음이온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에서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방사능 농도 등을 측정한 생활밀착형 음이온 제품만 102개에 달할 정도다. 품목은 눈에 바르는 아이크림부터 시작해 안대 목걸이 깔창 마스크 조끼 비누 침대 레깅스 방석 방향제 페인트 벽지 장판재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음이온 발생을 위해 모나자이트와 같은 천연방사성핵종(자연상태에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사용했다.
원자력안전재단은 해당 보고서에서 “102개 음이온 제품의 연간 피폭량 모두 기준치(연간 1mSvㆍ밀리시버트)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은 몸 안에 한 번 유입되면 완전히 붕괴할 때까지 계속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반드시 안전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들 제품에 함유된 천연방사성핵종인 토륨은 내뿜는 방사선량이 절반이 되는 반감기가 140억년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음이온이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없으며,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음이온 제품을 수년간 착용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천연방사성핵종 등을 쓴 음이온 제품은 폐기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선 혈액순환 개선, 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며 널리 판매되고 있다. 음이온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전기로 공기를 분해하거나 천연방사성핵종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뉘는데, 생활제품에 쓰이는 천연방사성핵종 이용 방식이 전체 음이온 제품의 90%를 차지한다.
김 위원장은 “천연방사성핵종 70여 가지를 생활제품 제조에 쓸 수 없도록 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진침대 사태를 계기로 범정부 대책기구를 마련, 음이온 제품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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