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서 불만 봇물
“갑질 근절 등 다른 문제와 연계 말고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
홍 장관 “종합대책 곧 발표” 즉답 피해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데, 중소벤처기업부는 과연 소상공인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17일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장관의 간담회는 정부를 향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성토장이 됐다. 연합회는 간담회 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 등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을 경고했지만 홍 장관은 간담회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회피해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샀다.
소상공인들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를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다 임대료 상승 억제, 카드수수료 인하, 대기업 갑질 행위 근절 등 주변을 두드리는 간접적 방법으로 모면하는 정부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최승재 연합회 회장은 간담회 전 열린 이사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상공인 어려움의 근본 원인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와 불공정한 계약, 높은 상가임대료라고 했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된 진단”이라며 “최저임금 문제 해결의 가장 근본적 해결 방안인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해 정치권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간담회장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권승종 한국부동산사업협동조합 부회장은 “지금도 최저임금을 못 주는 소상공인 비율이 25%에 달해 범법자가 된 소상공인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며 “최저임금 문제를 임대료와 불공정 문제 등 다른 문제와 연계시키지 말고,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소상공인 처지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등 경영계 반대에도 내년 최저임금의 10.9% 인상을 결정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정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오세희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부회장은 “최저임금 위원회에 공정성이 떨어진다”며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소상공인 비중을 생각하면 위원회의 절반은 소상공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가게 유지가 어렵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김임용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부회장은 “LPG 가스 배달은 장사가 되나 안되나 배달직원을 대기시켜야 해 인건비 상승으로 부담이 크다”며 “30년 한 장사를 접을 수도 없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박헌영 전국상인연합회 부회장도 “부산 구포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데 가게 매출이 최근 35%나 줄었다”며 “경제가 엉망이니 정부에서 전통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들의 불만과 건의 사항이 쏟아지자 홍 장관은 “열심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부족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국무회의에 적극 전달하고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종합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최우선 요구 사항인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상공인은 “정부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들고 올 것이라고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아 참석자들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며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려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을 외면하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요구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고,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1시간 이상 진행된 간담회에서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예정대로 최저임금 지급 거부와 장외 투쟁 등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류필선 연합회 홍보팀장은 간담회가 끝난 직후 “예정대로 오는 24일 임시 총회를 거쳐 장외 투쟁 등 업종별 구체적 대응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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