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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힘입어... 2009년 '단역 배우 자매 사건' 재조사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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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힘입어... 2009년 '단역 배우 자매 사건' 재조사 탄력

입력
2018.03.20 01: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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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 9만5000명

모친 “가해자들 버젓이 생활… 재조사 청원 도와달라” 호소

2004년 7월 동생의 소개로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A씨는 경남 하동의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예기획사 보조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보조반장은 A씨에게 절대권력이었다. 권력을 앞세워 보조반장은 한 달 뒤 A씨를 성폭행하고 자신의 경험을 자랑인 양 다른 반장들에게도 알렸다. A씨는 그 해 11월까지 촬영지 인근 모텔과 차량 안에서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에게 수시로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성폭행 가해자는 4명, 성추행 가해자는 8명이었다.

그러나 A씨는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가해자들이 “주위에 알려 사회생활을 못하게 하겠다. 말하면 동생을 팔아 넘기고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A씨는 촬영만 다녀오면 이유 없이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OOO을 죽여야 한다”고 욕을 하면서 어머니와 동생을 때리는 지경에 이르자 정신과 치료가 시작됐다. 그제서야 가족들은 A씨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 장모씨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됐다. 경찰은 A씨를 가해자 앞에 앉혀놓은 채 진술을 받았다. 가해자 한 명은 A씨 앞에서 사건 당시 성행위 자세를 흉내내기도 했고, 경찰은 심지어 A씨에게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정확하게 그려오라는 요구까지 했다.

대질심문으로 A씨가 고통 받자 어머니 장씨는 1년 7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나 A씨는 200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6일 뒤 언니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던 동생도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뇌출혈로 2개월 뒤 두 딸을 따라갔다.

이른바 ‘단역배우 자매 사건’으로 알려진 A씨 가족의 비극이 최근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 열풍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의 재조사를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고, 9만5,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A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어머니 장씨는 19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경찰이 내 딸들을 죽인 것”이라며 “재조사 청원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버젓이 드라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며 “제발 이 사람들을 업계에서 내쳐달라”고도 했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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