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해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전략무기 도발 재개
30㎞ 날아가, 지난해 5월 150m보다 비행거리 대폭 늘어
軍 “최소 사거리(300㎞)에는 못 미쳐”
풍계리 5차 핵실험에 관심 쏠린 틈타 뒤통수
인민군창건일(25일) 이틀 앞두고 성동격서식 도발 나서
지난 1년간 4차례 발사시험, 앞으로 1~3년 내에 전력화 우려
북한이 23일 동해에서 기습적으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30㎞를 날아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5월 첫 발사 때 비행거리 150m와 비교하면 1년 만에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인민군창건일(25일)과 내달 초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 우려가 커지는 사이, 북한이 전략무기를 동원한 도발을 재개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후 6시30분쯤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수㎞ 해역에서 SLBM 1발을 발사했다”면서 “발사체는 수 분 동안 30㎞를 날아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SLBM은 잠수함에 실어 물 속으로 은밀히 접근해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가장 우려하는 북한의 최신무기 중 하나다.
북한의 SLBM은 지난해 5월 첫 사출시험에서 150m 정도 날아가는데 그쳤다. 11월 발사 때는 아예 점화에 실패해 잠수함의 발사관이 일부 깨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달 후인 12월 3차 발사 때는 수면 위로 미사일이 솟구쳐 올랐지만, 당시 북한이 공개한 영상 일부가 합성으로 드러나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수중 발사를 시도한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을 포함해 지난 1년간 4차례나 집중적으로 SLBM 시험발사를 한 것이다.
합참은 “지난해 12월 SLBM 비행시험 실패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 4개월 만에 재시험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SLBM을 먼저 수면 위로 띄운 뒤 점화시켜 날아가는 ‘콜드런치(Cold Launch)’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어, 이처럼 사출시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미 양국이 가장 주목하는 SLBM의 비행거리는 지난해 5월 150m에서 불과 1년 만에 30㎞로 대폭 늘었다. SLBM은 사거리가 2,500㎞에 달해, 최소 250~300㎞는 날아가야 전력화 가능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한 SLBM의 비행거리가 최소 사거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년간 SLBM의 비행시간과 비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린 만큼, 실전배치가 임박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미 양국은 SLBM이 앞으로 전력화까지 최소 1년, 최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SLBM 개발이 상당수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SLBM은 북한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사거리 3,000~4,000㎞)을 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북한은 2007년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이후 발사를 자제해오다,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발사했지만 수 초 만에 공중 폭발해 체면을 구겼다.
따라서 이번 발사는 전력화를 앞둔 SLBM의 성능을 계속 높이고, 무수단 발사 실패 또한 만회하려는 다목적 시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라”고 지시한 이래 5차 핵실험 준비와 미사일 발사에 주력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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