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들이 친박 보수단체 대표들과 수시로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통화와 문자 주고받기가 계속된 점으로 미뤄 양측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개최를 위해 입을 맞추는 등 ‘관제 데모’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탄핵 반대 집회가 청와대의 요구에 따른 관제 데모로 밝혀진다면 이는 여론을 왜곡하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짓밟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청와대와 해당 인사들은 통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고 의혹을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를 비롯해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등과 지속적으로 통화했다고 한다. 이들은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할 뿐 아니라 특검 사무실과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위압적 시위를 하고 과격한 언어로 특검 관계자들을 위협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박 특검이 이들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을 정도니 이들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특검은 이들이 허 행정관뿐 아니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지낸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 등과 통화한 내역도 확인했다고 한다. 양측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가깝다면 청와대가 친박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가 관제 데모를 기도했다는 증언은 진작에 나온 바 있다. 지난해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뒷돈을 대며 어버이연합을 친정부 집회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청와대가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집회 개최를 보수단체에 지시했다는 증언이 함께 나온 적이 있다. 허 전 행정관은 당시 친정부 집회 개최를 친박 단체에 지시한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렇듯 관제 데모를 지시하고 특검을 협박하는 것은 사회를 혼란으로 내몰 뿐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다.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 인사가 그런 일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면 묵과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다 해서 유야무야 넘어갈 게 아니라 그럴수록 엄중하게 다루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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