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인사에 검찰 지도부 공백 우려
법무부 고위직 검사 독점도 사라질듯
“검찰 개혁 강도 가늠 어려울 정도”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던 ‘파격 인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검찰조직의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영렬(59·18기) 전 지검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다섯 기수나 아래이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에서 기수 관행 파괴는 곧 대대적인 핵심 간부 물갈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보직에 임명된 인사가 누구냐에 따라 그 보다 선배인 기수는 자연스럽게 옷을 벗는 것이 검찰 내 관행. 연수원 23기인 윤 신임 지검장의 윗기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당장 서울중앙지검만 해도 1차장인 노승권(52·21기) 검사장, 이동열(51·22기) 3차장이 윤 지검장보다 선배다. 이정회(51ㆍ23기) 중앙지검 2차장 역시 연수원 동기이다. 상하 관계가 명확한 검찰 조직의 특성상 이들이 윤 지검장 밑에서 계속 일을 할 가능성보다는 동반 사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향후 인사에 따라 17~22기 고검장·검사장급 간부 40여명 가운데 상당수 줄사퇴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기도 하다. 실제 19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꼽혔던 김주현(56·18기)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검찰 내부의 주류로 군림하고 있다는 ‘우병우 사단’에 대한 전면 교체도 이번 인사로 노리는 부분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고검장급이었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낮췄다는 데 의미를 두는 시선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같은 지방검사장이면서 그 동안 고등검사장급으로 보임해왔다. 그 부분이 맞지 않다”는 게 문 대통령이 밝힌 이유지만, 전국 최대 인원과 규모인 중앙지검을 통솔하는 자리의 힘을 그만큼 빼두겠다는 의도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향후 검찰 수사권 조정 같은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초석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법무부 인사에서도 파격 인사가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며, 법무부 주요 보직을 장악해온 검사들을 대거 배제해 법무부의 비검찰화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다. 예컨대 법무부에 검사 출신이 아닌 일반 공무원들이 간부로 유입되거나 개방형 고위직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이날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박균택(51ㆍ연수원 21기) 대검 형사부장은 9년 만의 호남 출신 검찰국장으로 노무현 정부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파견됐었다. 검찰국장은 검사 인사에 주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는 법무부 비검찰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존의 관행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 자체를 뒤흔드는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청와대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검찰 개혁이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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