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무총리 후보를 ‘콘클라베(교황 선출 추기경단 비밀회의)’ 방식으로 뽑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비해 국회가 미리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는 시급함에서다.
총리 콘클라베는 그동안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여야를 넘나들며 공조해온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추진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경ㆍ이종구ㆍ이혜훈ㆍ정병국ㆍ황영철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병두ㆍ박영선ㆍ변재일ㆍ송영길ㆍ우원식 의원, 국민의당 박주현ㆍ유성엽ㆍ주승용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18일 국회가 서둘러 총리 후보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절차 밟기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대비를 위한 본회의 소집요구 기자회견을 연 이들 14명은 이날 본회의 소집요구서를 돌려 충족 요건(75명)을 넘긴 80명의 서명을 이미 받아냈다. 휴회 기간일지라도 재적의원(300명)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본회의를 열 수 있다. 지금은 정기국회 기간이지만 17일 본회의에서 휴회를 결의한 상태다. 이들은 본회의 소집요구서에서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과 국정공백의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본회의에서 여야가 각자 생각하는 총리 후보를 적어 일정 득표를 얻은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 하자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본회의에서 콘클라베를 열어 총리 후보자를 확정하는 방안에 공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도 “의원들이 생각하는 총리 후보자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을 테니 콘클라베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 일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총리 추천 결정 방식까지 거론하며 본회의를 밀어붙이는 배경은 다음주가 되면 ‘탄핵정국’이 불가피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되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사태를 막기 위해 탄핵안 통과 전까지 국회가 총리 후보자를 선출해 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회의가 소집되면 이들은 총리 콘클라베를 안건으로 올려 동료 의원들을 설득할 예정이다. 이들은 교섭단체 대표인 각 당 원내대표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야권에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 방식을 주장했다. 박형준 새한국의비전 원장은 “국회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반격의 기회를 준 셈”이라며 “빨리 총리 후보를 결정해야 질서 있는 퇴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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