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불균형 65세 이상 고령인에겐 보양식 필요
복날 줄 서서 굳이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평소 삼시세끼만으로도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 무더위를 나기 위해 보양식을 챙겨 먹었지만 영양과잉인 현대인은 보양식을 삼가야 한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양식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간과 뇌 등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지만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보양식을 챙겨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30~40대 남성, 고혈압ㆍ당뇨병 환자도 삼가야
복날이면 유명 음식점에 줄 서 있는 사람 대다수가 30~40대 남성이다. 보양식을 먹고 건강을 챙기겠다는 열의는 기특하지만 이들에게 보양식은 보양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30~40대 남성은 하루에 2,625㎉를 섭취해 하루 필요 섭취 열량(2,400㎉)을 넘겨 영양 과잉상태다.
보양식의 대명사인 삼계탕 한 그릇 열량은 918㎉이다. 열량만 문제가 아니다. 30~40대 남성의 하루 필요 단백질 섭취량은 70g, 지방은 40~80g인데 삼계탕 한 그릇에 단백질 115.3g, 지방 32.5g이 들어 있다. 이영란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영양팀장은 “30~40대 남성들이 복날이면 보양식을 챙겨먹는데 이는 체중과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 대사증후군의 위험에 몸을 던지는 행위" 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보양식이라고 하면 고기는 물론이고 국물까지 다 마셔서 문제”라면서 “라면 국물을 다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보양식 영양소 분포]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을 앓는 만성 질환자도 보양식을 삼가야 한다. 혈당은 물론 혈압까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풍환자도 유의해야 한다. 조 교수는 “보양식에는 나트륨이 많이 함유돼 있어 요산수치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이들도 보양식을 삼가야 한다. 이 영양팀장은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 보양식을 즐겨 먹으면 단백뇨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삼계탕을 먹을 때 닭 껍질과 기름기를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시세끼 잘 먹고, 과일 섭취가 보양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인은 말 그대로 보양이 필요하다. 고령인들은 밥, 떡 등 탄수화물 위주로 영양분을 섭취해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부족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순집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인, 특히 지방 거주 고령인은 영양부족 상태가 심각하다”면서 “비만 등 영양과다인 이들에게 보양식은 독이지만 고령인들은 보양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찬 음식이나 채소, 과일 등을 섭취했을 때 설사가 잦은 여성도 보양식은 안성맞춤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런 여성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편안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정한 보양은 복날 즐겨먹는 음식이 아니라 삼시세끼를 제때 먹는 것이다. 박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당뇨병, 심장질환 환자 대부분이 불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대인에게 보양은 삼시세끼를 제때 챙겨 먹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제때 끼니를 챙겨먹지 못하고 저녁 때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는 직장인이 문제”라면서 “이러한 습관이 지속되면 심장, 혈관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양소별 에너지섭취분율 추이]
<자료: 국민건강영양조사>
현대인의 또 다른 여름철 보양은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는 것이다. 조 교수는 “여름에는 땀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수분이 많이 함유된 수박 같은 과일을 섭취하면 좋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혈압이 낮아 어지럽다면 전해질이 풍부한 과일을 먹는 것이 보양”이라고 말했다.
보양식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여름철 보양식을 챙겨 먹었지만 영양과잉으로 인해 비만,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보양식은 존재의미를 상실했다”면서 “보양식이 아니라 여름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계절음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이제 보양식은 건강을 챙긴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여름 한철 추억을 공유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계절음식으로 탈바꿈돼야 한다”면서 “계절음식으로 자리잡으면 건강에 좋은 다양한 메뉴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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