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지난달 사퇴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이 방위사업청 근무 당시 부하직원들이 통영함 장비와 관련된 서류를 위조하는 과정에서 지시, 또는 묵인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는 그 동안 “담당 팀에서 결정한 것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자신이 결재권자였으면서도 2억 원짜리 어선용 소나를 41억 원짜리 최신형인 것으로 서류를 위조한 책임을 부하들 탓으로 돌렸다. 이런 인사가 해군 수장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개탄스럽다.
앞서 지난달에는 정옥근 전 해군총장이 방산비리로 구속기소됐다. 대기업으로부터 아들이 설립한 요트회사를 통해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두 달 사이에 연이어 해군의 수장이 방산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것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해군에 부패의 뿌리가 깊게 박혀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하들에게 엄한 규율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지휘관들이 장병들의 목숨과 다름없는 장비 부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해군에선 통영함을 비롯해 소해함과 고속정 등에서 납품비리가 밝혀져 전ㆍ현직 장교 등 수십 명이 사법처리됐다. 해군은 유독 자신들에 비리가 집중돼있는 사실을 엄중히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수뇌부부터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은 지금까지 23명을 재판에 넘겼다. 적발한 비리규모만도 1,981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 성과가 당초 예상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됐던 사업들인데다 감사원 감사로 비리가 드러난 것도 적지 않다. 새로운 비리를 파헤쳤다기 보다 이미 알려진 사건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해군과 공군에 집중되는데 석연치 않아하는 시각도 있다. 전체 국방예산의 절반 이상, 방위력 개선사업의 40%를 쓰는 육군이 합수단 수사에서 적발된 것은 단 한 건에 한 명뿐이다. 무기도입 형태에서 육군이 대외군사판매(FMS)나 국내 개발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K-2 전차 국산 파워팩과 K-11 복합소총, K-21 장갑차 등은 매년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비리의혹의 단골 메뉴다. 합수단은 추호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역량을 총동원해 이번에야말로 육ㆍ해ㆍ공에 걸친 지긋지긋한 방산비리의 뿌리를 완전히 들어내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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