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급종합병원 S병원 의사가 지난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A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보건당국이 3일 새벽 발표한 집계현황에는 누락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밀접 접촉자들을 파악해 격리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보건당국이 환자 집계를 누락한 것으로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과 복수의 의료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사는 S병원 외과 전문의(38)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2일 저녁 A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이며, 보건당국은 이 의사가 어떻게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병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진료를 받았던 곳으로 일부 의료진이 격리된 곳이지만,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68)씨와는 관련이 없어 해당 의사는 3차 감염자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발생한 세 명의 3차 감염자는 16번(40ㆍ남)번 환자가 방문한 병원 두 곳에서 발생했다. 때문에 이 의사가 어떤 경로로 감염된 것인지에 따라 또 다른 확산 경로를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 관계자는 김용익 의원실에 “현재 재검 중이며, 은폐하는 게 아니라 결과가 나오면 알릴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미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병동으로 옮겨진 의료인을 발표에서 제외한 것은 국민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복지부의 잘못된 대처를 지적했다.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감염된 의사가 31일 오전까지 진료를 본 사실을 이미 병원 관계자 다수가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건당국이 그 의사가 밀착접촉한 환자와 의사 등 파장이 두려워 확진 판정 사실을 집계에서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해당 의사가 ‘3차 감염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전날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을 보건당국이 다시 재검한다는 것 자체가 축소 은폐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병원 관계자는 “의사 확진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A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 현황이나 정확한 환자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 초동 대응이 미흡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큰 가운데, ‘3차 감염’과 ‘의료진 감염’이라는 중대 사안을 축소하고, 확진 환자 수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세종=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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