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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33층 신 회장의 ‘비밀의 방’ 존재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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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33층 신 회장의 ‘비밀의 방’ 존재 드러났다

입력
2016.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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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금고지기’ 검찰에 진술… 외관상 객실, 비서실 직원만 출입

롯데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중인 10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일부가 환하게 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중인 10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일부가 환하게 붉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서도 여지 없이 오너 일가의 비밀금고가 등장했다. 과거에도 재벌가 총수들의 비밀 금고나 은밀한 공간에서 핵심 단서들이 발견됐던 만큼, 신격호 총괄회장의 금고 등에서 나온 현금과 자료가 검찰의 수사 속도를 올릴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검찰이 입수한 신격호 회장 소유의 30억여원의 현금과 서류 등은 신 총괄회장의 측근이자 자금관리 담당 전무였던 이모(57)씨가 입을 열면서 행방이 드러났다. 지난 10일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면서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있던 금고를 발견했으나 당시 금고 안은 이미 비어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형제의 난’ 와중에 내가 해임됐는데 금고 안에 있던 물건들을 인수인계해 주지 않고 가지고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금고에서 빼돌린 물건들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자신의 처제 집에 보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처제의 집에서 30억여원의 현금과 서류를 발견했고 서류의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서류들을 발견한 롯데호텔 33층 신 총괄회장 비서실 내 ‘비밀의 방’의 존재도 이씨의 진술을 통해 드러났다. 이씨는 검찰에서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 비밀공간에 금전 출납장부 등을 보관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12일 33층을 조사해 일반 객실 형태의 비서실 전용 공간을 확인했다. 외관상 다른 객실과 차이가 없어 일반 직원들도 잘 몰랐고, 비서실 핵심 직원들만이 드나들면서 신 총괄회장의 주요 문서 업무 등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수 금전 출납 자료 및 통장 등을 확보했고 (비서실 직원 등을 통해) 신 총괄회장이 해마다 100억여원의 자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아 운용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에 위치한 신동빈 회장의 실제 주거지 영빈관에서도 금고를 압수했지만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10일 압수수색에서 문을 열지 못해 금고를 통째로 갖고 온 뒤 12일 신동빈 회장 측 협조를 얻어 열었으나 금고는 비어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3월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 초기, 검찰은 서울 원효로 현대글로비스 사옥 사장실 벽 뒤에 있던 비밀금고에서 50억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 등을 찾아내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 주변에서는 압수수색이 시작돼도 태연했던 글로비스 직원이 검사가 곧바로 벽장을 지목하자 사색이 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2013년 5월 CJ 비자금 수사 당시에도 서울 중구 본사에 위치한 이재현 회장 사무실 옆에서 비밀금고로 쓰이던 방이 발견돼 다수의 혐의 입증 자료가 나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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